하나금융지주가 설립한 하나고등학교가 입학 지원자들의 입시성적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26~27일 동안 특별위원회를 열어 하나고가 남학생을 더 뽑기 위해 지원자들의 입시 성적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조사했다.
하나금융의 전현직 회장들은 27일 열린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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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 |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은 현재 하나학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하나고를 설립한 하나금융의 현직 최고경영자(CEO) 자격으로 출석했다.
하나고는 남학생과 여학생 비율을 맞추기 위해 남학생 지원자의 입시성적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나고는 매년 신입생 200명을 선발할 때 남녀 모집정원을 따로 결정하지 않는다.
김 이사장은 “교육당국도 이해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나고의 신입생 선발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은 하나고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회 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도 증인으로 불렀지만 양쪽 모두 불참했다.
하나고는 하나금융의 학교법인인 하나학원이 2010년 세운 자립형사립고다. 이 학교는 현재 자율형사립고로 바뀌었다.
하나금융은 하나학원을 통해 하나고 설립에 845억 원을 출연했다. 하나고는 2012년 상반기까지 하나금융의 기부금 30억 원을 매년 받았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2012년 하반기부터 기부금을 끊고 경영에도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출연회사 임직원에 대한 대가를 제공하는 공익법인에 대한 금융지주사의 출연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하나고는 신입생 200명 가운데 40명을 하나금융 임직원 자녀들에 대한 특별전형으로 선발한다.
김 회장은 이 특별전형을 폐지해야 한다는 서울시의회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하나금융은 학교를 운영하는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서울시와 학원의 결정이 중요하다”며 “직원들을 설득하고 이사회를 열어 심사숙고하겠다”고 대답했다.
하나고를 둘러싼 특혜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고는 설립 인허가 과정부터 서울시의 장학금 지원 등 각종 특혜 논란에 휩싸인 전적이 있다.
하나고 교사인 전모씨는 26일 열린 특별위원회에서 “하나고가 남학생 수를 늘리고 여학생 수를 줄이기 위해 남학생 지원자의 점수에 보정을 줬다”고 밝혔다.
김문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전모씨가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자립형사립고 설립을 취소할 사유”라며 “입시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학생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씨는 이명박 정부 시절 하나고가 청와대 직원의 자녀가 일으킨 학교폭력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울시의회는 오는 10월22일까지 하나고를 대상으로 행정사무조사를 진행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조사가 끝나는 대로 하나고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