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3월까지 KDB생명을 매각하지 못하면 과징금을 물어야 할 상황에 놓여있다.
산업은행은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와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 등 두 펀드를 통해 KDB생명 지분 92.7%를 보유하고 있다.
사모펀드는 최대 10년까지만 금융회사를 보유할 수 있는데 두 펀드는 2010년 조성돼 곧 10년을 맞는다.
산업은행은 2015년 2월 첫 만기를 맞았지만 매각에 실패해 2017년 2월까지 기한을 늘렸다. 그 뒤 2018년과 2019년 2월에도 1년씩 만기를 연장했다.
산업은행은 당초 지난해 11월 예비입찰을 마무리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려고 했다. 예비입찰에는 중견 사모펀드(PEF) 2~3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쪽이 원하는 가격의 격차가 너무 커 아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번에도 만기를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 큰 문제는 앞으로도 매각을 성사할 만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보험업황 악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등 매각을 둘러싼 여건은 점점 나빠지는 상황에서 이 회장이 이미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모두 꺼내버린 탓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매각계획을 공식화한 뒤 시장에 여러 차례 신호를 보냈다. 가격을 놓고도 크게 물러섰다. 그는 국정감사에서 “많이 받으면 많이 받을수록 좋다”면서도 “조금 더 받겠다고 안고 있는 것보다는 원매자가 있을 때 파는 게 낫다고 판단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KDB생명의 경쟁력도 재차 강조했다.
산업은행의 보도자료는 물론 공식석상, 개인 인터뷰,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회장은 KDB생명 전도사 역할을 자처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KDB생명에 좋은 상품이 많아 나도 2개나 가입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2018년 정재욱 사장을 KDB생명의 새 대표이사에 앉히고 지난해 매각을 돕기 위해 백인균 산업은행 부행장을 KDB생명 수석부사장으로 보내는 등 경영진도 이미 교체했다. 매각에 성공하면 수십억 원에 이르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파격적 ‘당근책’도 내놨다.
경영지표도 이미 이전보다 훨씬 개선됐다. KDB생명은 지난해 상반기에 순이익 335억 원을 거두며 가파른 순이익 상승세를 이어갔다. 보장성보험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체질 개선에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남은 건 이 회장이 가격을 놓고 지금보다도 한발 더 물러서거나 시장상황을 지켜보는 것 밖에는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푸르덴셜생명을 놓친 인수후보들이 KDB생명에 눈을 돌릴 가능성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어 보인다.
1월 이뤄진 푸르덴셜생명 매각 예비입찰에 KB금융지주,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 등이 참여한 데 이어 최근에는 대만 푸본생명도 실사에 참여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 본입찰은 3월 중순 이뤄진다.
이 회장은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KDB생명과 관련해 “적정한 가격에 적정한 주인에게 넘기려고 한다”며 “취임 때에 비해 KDB생명이 상당히 좋아졌다는 점에서 절반은 성공했고 나머지는 순리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