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중단사태에 깊게 연루되면서 신한금융지주 올해 실적에 직격타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증권사들의 예상대로 투자자들에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한다면 신한금융지주가 올해 순이익에서 KB금융지주를 넘고 1위를 수성하는 일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19일 검찰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중단사태 관련 검찰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신한금융투자의 긴장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이날 서울 여의도 라임자산운용 본사와 신한금융투자 본사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여 펀드 환매중단사태와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14일 신한금융투자와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부실 은폐 및 공모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과 협조하겠다고 밝힌 뒤 본격적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금감원도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 등을 상대로 자체조사를 벌이면서 신한금융투자가 고의로 사모펀드 손실을 투자자들에 숨겼거나 투자상품을 불완전판매한 사실이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사모펀드 부실 은폐 여부는 향후 투자자들에 돌려줘야 하는 배상금을 포함한 손실을 산정하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라임자산운용이 환매를 중단한 '플루토TF 1호' 무역금융펀드와 관련해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물어내는 배상액 등 손실이 76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무역금융펀드 배상비율이 50%, 금융회사 불완전판매 비율이 10%라고 가정했을 때의 수치다.
하지만 금감원이 의심하는 대로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운용과 공모해 사모펀드 부실을 숨긴 사실이 인정되면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의 손실 예상금액은 1928억 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 펀드에서 부실이 발생해도 계약상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라임자산운용에 빌려준 자금을 투자자보다 먼저 돌려받을 수 있는데 부실 은폐와 사기혐의가 확인돼 투자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선다면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투자자 피해구제와 분쟁조정 과정에서 금융회사가 책임져야 할 무역금융펀드 투자상품 배상비율이 원금의 100%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금감원은 아직 조사가 진행중인 사안이라 배상비율을 확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지만 무역금융펀드에서 예상보다 큰 손실이 발생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 조사에서 펀드 투자상품 불완전판매가 이뤄진 비중이 10%보다 높게 나타날 때도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내야 할 배상액은 예상치보다 늘어날 수 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한 조사가 마무리되고 올해 안에 분쟁조정과 배상이 결정된다면 자연히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신한금융지주 실적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회사의 무역금융펀드 상품 배상률이 60~70%라고 가정할 때 신한금융지주가 약 1천억 원에 이르는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배상률이 100%라고 가정하면 신한금융지주의 예상 손실금액은 1450억 원까지 늘어난다.
최정욱 연구원은 신한금융지주 자회사의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액과 신한금융투자의 부실 은폐 혐의에 따른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2천억 원을 웃도는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2천억 원은 신한금융지주 지난해 연간 지배주주 순이익의 약 6%에 해당한다.
신한금융지주가 대규모 손실을 떠안으면 라이벌인 KB금융지주를 넘고 국내 금융지주회사 순이익 1위 자리를 지키는 일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KB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3조3118억 원, 신한금융지주는 3조4035억 원으로 격차가 약 917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미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예상되는 손실을 약 570억 원으로 산정해 지난해 실적에 반영했지만 올해 손실규모가 예상보다 커진다면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
KB금융지주 계열사인 KB증권도 라임자산운용 펀드상품을 판매했지만 판매액 자체가 크지 않아 배상액은 10억 원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올해 실적 경쟁을 판가름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전 연구원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는 금융당국의 태도를 볼 때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연루된 금융기관은 파생상품 손실사태 때와 같은 고강도 제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