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의원이 17일 열린 미래통합당 출범식에 이어 또다시 미래통합당의 주요 행사에 참석하지 않자 당 안팎에서는 유 의원이 미래통합당 출범을 놓고 불만을 품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미래통합당 의원총회 분위기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새로운보수당 등 출신 의원들을 의원총회장 맨 앞줄에 따로 앉혀 개별적으로 소개하는 등 기존 자유한국당 출신 의원들에게 인사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새로운보수당 출신인 정병국 의원은 “앞에 나온 사람들은 새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인데 이렇게 따로 자리를 만든 것에 심히 유감이다”며 “우리는 다 같이 미래통합당을 만든 사람들인데 당 지도부가 이런 식으로 가면 안된다”고 말했다.
말이 통합이지 자유한국당에 새로운보수당이 흡수된 것이나 마찬가지 대우를 받고 있다는 불만인 셈이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정 의원의 발언을 듣고 “다 같이 인사하자”며 의원총회 분위기를 수습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새로운보수당 출신 의원들의 불만 표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황 대표는 의원총회 장소에 늦게 도착한 뒤 인사말에서 “우리 옆에 계신 의원들과 또 새로 들어오신 분들 모두가 파이팅을 외쳐 달라”며 새로운보수당 등 출신 의원들을 ‘새로 들어오신 분’으로 지칭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일부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를 놓고 “혁신의 불출마 결단과 헌신은 우리 당을 밝은 미래로 이끌어 갈 것”이라며 불출마 의원들 이름을 하나씩 호명하면서도 유 의원은 꺼내지 않았다.
이런 황 대표의 태도는 미래통합당 주도권 경쟁에서 유 의원에게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유 의원은 미래통합당 출범 과정에서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통합을 전격적으로 선언하고 황 대표를 만나겠다고 했지만 결과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통합의 길에 들어섰다. 통합을 위한 3원칙을 내놓았지만 황 대표는 이와 관련해 딱 부러진 발언을 하지 않았다.
미래통합당 공천 과정에서 새로운보수당 의원들의 지역구 보장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유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택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험지 출마 요구도 나온다. 심 원내대표는 9일 기자간담회에서 유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관련해 “지금이라도 불출마 입장을 바꿔 서울이나 험지에서 싸워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으로서는 이런 모든 상황이 ‘두 번 죽이는 꼴’이라는 마음을 품을 수 있다.
유 의원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1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와 관련해 "유 의원에게 지금까지 공격적 언사를 했던 인물들이라든지 아니면 개혁보수 가치를 평가절하 했던 분들이 이제 와서 유 의원에게 수도권 출마 등을 요구하는 것은 진정성 있는 표현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유 의원의 최근 행보를 놓고 “발언하지 않음으로써 또는 아직까지는 참여를 보류함으로써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는 지점도 있다”고 짚었다.
유 의원의 새로운보수당 세력이 미미하지만 총선 결과에 따라 미래통합당 지형의 변화에 따라 대안으로 언제든지 부상할 수 있다.
황 대표에게 고민을 안겨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이 보수통합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유 의원의 존재가 필요하다.
유 의원이 합리적 보수라는 대중적 이미지를 지니고 있어 황 대표가 유 의원의 손을 잡고 선거운동을 펼칠 때 비로소 보수통합은 완전체로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 출범 이후 황 대표의 정치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