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투자가 고객들에게 판매한 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고 일부 펀드는 전액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어 피해범위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금융감독원이 신한금융투자를 사기 등 혐의로 의심하고 있는 것은 물론 검찰수사도 예정돼 있어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사태의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이 환매를 연기한 4개의 사모펀드(모펀드) 가운데 2개 펀드의 자산실사 결과는 일러도 3월 말이 돼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14일 '플루토FI D-1호' 펀드에서 장부가액 대비 최고 50%, '테티스2호'에서 최고 42%에 이르는 금액을 회수하지 못 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플루토TF-1'펀드와 '크레딧인슈어드1호' 펀드의 손실 예상액은 발표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플루토TF-1호 펀드의 투자자산은 5개 해외 무역금융펀드의 손실과 연동되는 구조라 실사를 마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현재는 3월 말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크레딧인슈어드1호 펀드는 플루토TF-1호에 투자했기 때문에 손실 예상액이 더 늦게 나온다.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이 이미 펀드 원금을 상각한다고 발표한 것과 해외 무역금융펀드의 '폰지사기' 연루 등 정황을 고려할 때 플루토TF-1호에서 전액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플루토TF-1호 펀드와 연계된 자펀드 상품을 투자자들에 가장 많이 판매한 만큼 금감원 예상대로 전액 손실이 발생한다면 상당한 후폭풍을 겪을 수밖에 없다.
플루토TF-1호 펀드 설정액은 모두 2438억 원인데 신한금융투자에서만 888억 원어치가 판매됐다. 우리은행이 697억 원, 하나은행이 509억 원으로 뒤를 잇는다.
이미 일부 손실이 확정된 플루토FI D-1호와 테티스2호에 연계된 자펀드도 신한금융투자가 약 3천 억 원어치를 판매했는데 전액 손실 사례까지 확정된다면 투자자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크레딧인슈어드1호 펀드도 플루토TF-1호에 투자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큰 손실이 예상되는데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거의 모든 금액을 차지하는 투자상품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플루토TF-1호는 고객 투자금뿐 아니라 신한금융투자가 총수익스와프(TRS)방식으로 라임자산운용에 빌려준 3600억 원까지 투자에 활용된 펀드다.
신한금융투자가 해당 펀드의 전액 손실로 라임자산운용에 빌려준 돈과 앞으로 배상해야 할 고객 투자금을 포함해 수천억 원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금융펀드 투자상품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판매금액의 100%를 배상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금감원은 신한금융투자가 이 펀드의 부실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라임자산운용과 공모해 투자자들에 이런 사실을 숨기고 손해를 다른 펀드에 전가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자본시장법 위반과 사기죄 등에 해당할 소지가 있어 검찰수사도 곧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런 혐의를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검찰수사에 성실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투자자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상품 검증과 판매절차를 놓고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금감원은 파생상품 손실사태가 벌어졌을 때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과태료와 일부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고 경영진에 중징계도 결정하며 예상보다 강경한 대응기조를 보였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사태의 손실과 투자자 피해규모 등이 확정되면 신한금융투자를 포함한 계열사와 경영진에도 고강도 제재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신한금융투자를 비은행 계열사 강화 목표의 선봉에 두고 있었던 만큼 그룹 차원의 경영구상에도 차질을 피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플루토TF-1호 펀드 관련한 실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 내용을 파악할 수 없어 관련된 내용을 언급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