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청소년 요금제 등을 제외하고 이동통신3사의 가장 저렴한 5G통신 요금제의 월요금은 세 회사 모두 5만5천 원이다.가장 저렴한 LTE요금제의 월요금이 3만 원 초반대인 것을 살피면 약 1.7배 더 비싼 셈이다.
물론 LTE통신 저가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과 5G통신 저가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은 약 6배에 이른다. 하지만 데이터를 적게 사용하는 고객이 선택할 5G통신 요금제가 아예 없다는 점에서 5G통신 저가요금제를 요구하는 소비자와 정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K텔레콤의 LTE통신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 한 고객은 “콘텐츠를 적게 쓰는 편은 아니지만 와이파이 등을 활용하기 때문에 데이터 사용량이 많지 않다”며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10 단말기를 구매하고 싶어 5G통신 요금제를 알아봤지만 최소 데이터 제공량이 9GB인 것을 보고 포기했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계속해서 5G통신 저가요금제 출시를 요구하고 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월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5G통신 대중화를 위해 네트워크 품질 제고와 함께 다양한 중저가요금제 출시가 필요하다”며 “이동통신사가 5G통신 맞춤형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 장관은 지난해 11월 이통3사 CEO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월 4만 원 이하의 5G통신 중저가요금제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통신업계에서는 정부가 압박을 계속했을 때 가장 부담을 느낄 이동통신사로 SK텔레콤을 꼽고 있다.
이동통신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위치에 있는 SK텔레콤은 새 요금제를 출시하기 전 과기정통부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정부의 요구를 완전히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신고만으로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지만 과기정통부의 인가를 받은 SK텔레콤 요금제를 기준으로 요금제를 설계할 때가 많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분류되는 SK텔레콤이 5G통신 저가요금제를 내놓고 과기정통부가 이를 인가한다면 KT와 LG유플러스도 이를 따라 저가요금제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SK텔레콤이 2019년 초 5G통신 요금제 승인을 요청했을 때 가장 저렴한 요금제가 7만 원대라는 이유로 과기정통부로부터 요금제 인가가 반려되기도 했다.
결국 SK텔레콤은 월 요금 5만5천 원의 ‘5GX 슬림’ 요금제를 추가해 과기정통부의 인가를 받았고 KT와 LG유플러스 역시 이후 월 요금 5만5천 원의 요금제를 포함해 5G통신 요금제를 신고했다.
다만 정부와 소비자들의 요구에도 SK텔레콤이 올해 5G통신 저가요금제를 내놓는 것은 부담이 너무 클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5G통신사업의 수익성이 2020년에 개선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정호 사장은 2019년 11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5G통신 상용화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저가요금제를 출시하기엔 아직 가입자 수가 부족하다”고 어려움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 SK텔레콤은 2019년에 역대 최대 매출을 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2018년보다 7.6% 줄었다. SK텔레콤은 2019년 영업이익 감소의 원인으로 5G통신 관련 투자와 마케팅비용 증가를 꼽았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의 5G통신 가입자 증가 수가 3분기 100만 명에서 4분기 55만 명으로 축소된 것을 살피면 2020년에도 마케팅비용 지원 없이 5G통신사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실적 개선 관점에서 볼 때 2020년은 확실히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런 상황에서 5G통신 저가요금제를 출시하는 것은 SK텔레콤으로서는 매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5G통신 저가요금제 출시가 2019년 2분기부터 시작된 가입자당 평규수익(ARPU)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요금제 인가 대상 사업자로서 요금제와 관련해 언급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