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영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 대표이사가 태양광 폴리실리콘사업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한국 태양광 폴리실리콘 제조사들은 중국 제조사들의 파상적 저가 물량공세에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국내에 남은 마지막 태양광 폴리실리콘 제조사 한화솔루션을 이끄는 이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13일 태양광업계에서는 OCI의 국내 태양광 폴리실리콘사업 철수가 글로벌 폴리실리콘 제조사들의 사업 철수를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OCI가 출혈경쟁 중단을 선언한 만큼 한화솔루션은 물론 노르웨이 REC솔라, 미국 헴록(Hemlock) 등 OCI와 비슷한 원가구조를 지닌 회사들이 태양광 폴리실리콘사업에서 손을 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폴리실리콘사업은 태양광사업을 진행하는 큐셀부문이 아니라 화학사업을 담당하는 케미칼부문의 사업이다.
2014년부터 여수공장에서 연간 1만5천 톤의 태양광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사업 지속 여부는 케미칼부문을 이끄는 이 대표 결정에 달려 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한국에서 가장 글로벌 영향력이 강력했던 OCI가 국내사업을 접은 것이 태양광 폴리실리콘의 현실”이라며 “한화솔루션도 업황의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사업 지속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흐름을 고려하면 이 대표도 결국 철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태양광시황 조사기관 피브이인사이트(PVInsights)에 따르면 이번 주(10~14일) 태양광 폴리실리콘은 킬로그램당 7.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한화솔루션의 생산원가는 12~13달러가량으로 추정되며 이 격차는 생산 과정의 효율화 정도로는 좁힐 수 없는 수준이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단기간에 반등할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시간이 흘러갈 수록 실적 악화가 눈에 불을 보듯 뻔하다.
게다가 올해 글로벌 폴리실리콘 공급과잉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폴리실리콘 수요는 45만 톤인 데 비해 공급은 60만 톤이나 됐다. OCI 중단으로 공급량이 5만2천 톤 줄어들지만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완료되는 중국 다코와 이스트호프의 증설분 합계는 6만5천 톤으로 감소분을 웃돈다.
물론 이 대표는 결단을 내리기에 앞서 한화그룹의 태양광사업이 오너3세 경영자인
김동관 전략부문장 부사장의 상징적 사업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부담스러운 상황은 아니다.
김 부사장이 한화그룹의 태양광사업을 안정적으로 키워내기 위해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의 모든 생산단계를 수직계열화하는 전략을 구사했던 것은 지난 얘기로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한화솔루션이 2018년 말 중국 치동의 태양광 잉곳-웨이퍼공장을 청산한 뒤로 김 부사장은 태양광 셀과 모듈의 고품질 단결정화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제조사들로부터 저렴하게 웨이퍼를 공급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수직계열화 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한 것이다.
한화솔루션이 지난해부터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설비의 상각을 실적에 반영하는 한편 설비 가동률을 점차 낮췄다는 점도 사업 철수설에 힘을 싣는다.
이 대표가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폴리실리콘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실적 측면에서도 이득이 상당하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화솔루션이 폴리실리콘사업에서 연 800억~900억 원가량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추산했다.
한화솔루션의 연 영업이익이 4천억 원 수준임을 고려한다면 폴리실리콘사업 중단으로 20~30%의 이익 개선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