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판교점이 21일 개점하고 첫 주말의 모습은 어땠을까?
23일 일요일 오전 11시 현대백화점 입구에 도착했다. 10시30분에 문을 연 지 불과 30분이 지났다. 오후가 되면 주차가 힘들 것이라 보고 일찍 둘러보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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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쇼핑을 마치고 출구로 나가려는 차량들이 줄지어 있다. |
그러나 주차장 입구는 벌써 차량들로 매우 붐볐다. 교통대란을 예방하기 위해 경찰 2~3명이 백화점 모서리마다 서서 차량을 인도했다.
들어가려는 주차장이 만차라 다른 입구로 가라는 지시를 받았다. 다른 입구에 도착해서도 주차장 가장 아래층인 지하 6층까지 내려가야 했다.
지하 6층에서 겨우 한 자리를 발견해 주차를 하고 나오자 1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현대백화점이 판교점의 차별점으로 앞세운 지하 1층 식품관부터 찾았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들어온 해외 디저트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했다.
특히 미국드라마 ‘섹스앤시티’에 나왔다는 컵케이크 전문점 ‘매그놀리아’ 인기가 대단했다. 1명 당 구매가능한 컵케이크 숫자를 제한했는데도 매장 앞에 줄이 여러겹이었다. 최소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는 점원의 말을 듣고 내부 구경조차 포기해야 할 정도였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이 2년 동안 공들여 국내에 들여왔다는 이탈리아 식재료 레스토랑 ‘이탈리’는 규모가 예상보다 컸다. 스파게티, 소스, 올리브오일 등 1천여 개에 이르는 해외 식재료 코너와 와인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었다.
식품관에 마련된 ‘배송요청 데스크’도 여타 백화점보다 잘 돼 있었다. 판교와 분당지역에 거주하는 고객들 집으로 하루 네다섯 번 배송차량을 통해 쇼핑상품을 직접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주변상권에서 도보로 유입하는 고객들의 환심을 사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2층부터 6층까지 여성과 남성 의류매장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오히려 각 매장 층별로 곳곳에 숨어 있는 ‘카카오 프렌즈샵’ ‘라인 카페’ 등 캐릭터매장에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남성매장 층에는 각종 피규어 등을 판매하는 매장을 들여 젊은층 사이에 불고 있는 키덜트 열풍을 반영했다.
8층에 위치한 가구 생활용품 매장에선 “800만 원대 원목식탁을 지금 바로 가져갈 수 없냐”는 문의도 귓가에 들려 왔다. 판교상권에 거주하는 중년여성 소비층이 집 꾸미기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주변상권 특성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첫 주말 매출 결과로 직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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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백화점 판교점 식품관에 있는 컵케이크 전문점 '매그놀리아' 앞에 사람들이 줄서 있다. |
21일부터 23일까지 현대백화점 판교점 매출을 상품군별로 분석해 보면 가정용품이 2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명품잡화(23%), 식품(20%), 의류(20%), 유아동(8%), 화장품(5%)이 뒤를 이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식품 매출도 명품잡화 매출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21일부터 23일까지 매출 181억 원을 올렸다. 주말 이틀 동안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방문한 고객 수는 65만 명이 넘은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주차장 내부가 복잡하고 출구로 나오는 데에도 '병목현상'이 생겨 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됐다.
오후 3시경 백화점을 빠져나오는 데도 40분 가량 애를 먹어야 했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여러 곳이고 2차선인 데 비해 나오는 출구는 상대적으로 경사가 가파르고 적었다.
지하 6층에서 출구로 올라가는 동안에 매층마다 나가려는 차량이 합류해 당황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하지만 ‘합류주의’라는 표지판만 보일 뿐 입구에 여럿 있던 주차관리직원이 출구에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주차가능대수는 2254대로 알려져 있다. 현대백화점은 주차장 부족에 대비해 맞은편 판교 공영주차장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주차장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차량들 탓에 백화점 주변일대 교통이 마비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판교에 사는 한 40대 주부는 “평소 전혀 막히지 않았던 도로였는데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앞으로도 교통혼잡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