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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오너 일가 지분확보 경쟁, 경영권 다툼 벌어지나

이승용 기자 romancer@businesspost.co.kr 2015-08-24 14: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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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십자 오너 일가 지분확보 경쟁, 경영권 다툼 벌어지나  
▲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회장(왼쪽)과 허은철 녹십자 사장.

녹십자의 지주회사인 녹십자홀딩스를 놓고 오너들이 벌이는 지분확보 경쟁이 심상치 않다.

녹십자 경영권으로부터 멀어진 창업주의 장남 부부가 지분을 꾸준히 늘리자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는 창업주의 동생과 차남도 지분을 확보하며 맞대응을 하고 있다.

녹십자홀딩스는 한일시멘트 일가와 얽혀 지분구조가 복잡한 곳이다. 녹십자홀딩스는 약간의 지분 변화만 일어나도 경영권이 불안해질 수 있다.

◆ 창업주 장남 부부 지분 꾸준히 매입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 부부가 녹십자의 지주회사인 녹십자홀딩스의 지분을 계속 늘리고 있다. 허성수 전 부사장은 녹십자 창업주인 고 허영섭 회장의 장남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허성수 전 부사장의 부인 박혜연씨는 8월 초 800주를 장내 매수해 보유주식을 5600주(0.01%)로 늘렸다. 허성수 전 부사장도 7월27일 녹십자홀딩스 2천 주를 장내 매수해 보유주식을 48만500주(1.02%)로 확대했다.

허 전 부사장 부부는 그동안 꾸준히 녹십자홀딩스의 지분을 늘려왔다.

허 전 부사장은 지난해 8월 아버지인 고 허영섭 회장의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에 승소하고 당시 100억 원에 상당하는 녹십자홀딩스 주식 46만3551주(0.98%)를 받았는데 허 전 부사장은 1년 만에 지분율을 0.04%나 늘렸다.

허 전 사장의 부인 박씨도 올해 3월 처음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매입한데 이어 지분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현재 녹십자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는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회장과 허은철 녹십자 사장도 지분 확보 경쟁을 하고 있다.

허일섭 회장은 지난해 말 10.82%였던 지분을 현재 11.51%까지 늘렸고 허은철 사장도 지난해 말 지분을 2.36%에서 2.49%로 확대했다.

녹십자홀딩스는 녹십자의 지분 50.06%를 보유하고 있다. 녹십자홀딩스는 상아제약 100%, 녹십자헬스케어 94.64%, 녹십자이엠 94%, 녹십자 홍콩법인 81.14% 등도 소유하고 있다.

녹십자홀딩스는 녹십자그룹의 지주회사로 녹십자홀딩스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국내제약업계 수위를 다투는 녹십자의 전체 경영권을 차지할 수 있다.

◆ 녹십자, 복잡한 가계도와 미묘한 지분구조

녹십자는 한일시멘트에 뿌리를 두고 있는 회사다. 고 허채경 한일시멘트 창업주는 슬하에 장남 허정섭, 차남 허영섭, 삼남 허동섭, 사남 허남섭, 오남 허일섭 등 다섯 아들을 뒀다.

고 허영섭 녹십자 회장은 1967년 부친 고 허채경 한일시멘트 창업주로부터 지분출자를 받아 녹십자의 전신인 수도미생물약품판매주식회사를 인수했다. 이때 오남인 허일섭 회장이 녹십자의 경영을 도왔다.

허채경 창업주의 나머지 아들들은 한일시멘트를 물려받았고 이들은 현재 한일시멘트를 형제경영 방식으로 맡고 있다.

  녹십자 오너 일가 지분확보 경쟁, 경영권 다툼 벌어지나  
▲ 녹십자 창업주인 고 허영섭 녹십자 회장.
고 허영섭 회장과 오남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회장은 협력해 녹십자를 키웠다.

고 허영섭 회장은 부인 정인애씨와 슬하에 장남 허성수, 차남 허은철, 삼남 허용준 등 3형제를 뒀다.

허일섭 회장은 부인 최영아씨와 슬하에 장남 허진성, 차남 허진훈, 장녀 허진영 등 2남1녀를 길렀다.

이 자녀들 가운데 허은철씨는 녹십자 사장으로, 허용준씨는 녹십자홀딩스 부사장으로, 허진성씨는 녹십자 부장으로 녹십자그룹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살펴보면 고 허영섭 회장 장남 허성수 전 부사장이 1.02%과 허 전 부사장의 부인 박혜연씨가 0.01%를 보유하고 있다. 차남 허은철 녹십자 사장이 2.49% 삼남 허용준 부사장이 2.57%를 소유해 고 허영섭 회장의 일가의 지분이 6.09%에 이른다.

허일섭 회장 일가의 경우 허 회장 11.51%, 부인 최영아씨 0.33%, 장남 허진성 부장 0.41%, 차남 허진훈 0.36%, 장녀 허진영 0.27% 등 모두 12.88%를 보유해 고 허영섭 회장 일가보다 2배 이상 많다.

◆ 녹십자, 모자의 난 이후 경영권 분쟁 씨앗 안아

고 허영섭 회장은 지병으로 치료를 받다 2009년 사망했다. 그런데 녹십자는 허영섭 회장이 타계하면서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당시 허영섭 회장은 녹십자홀딩스의 지분 12.37%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허영섭 회장의 유언장에는 사회복지법인 2곳에 41만여 주를, 목암연구소 등 회사 재단법인 2곳에 각 10만 주를, 장남의 부인 정인애씨와 둘째 및 셋째 아들에게 각 5만∼5만5천여 주를 나눠주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유언장에 따르면 허성수 전 부사장은 장남이지만 단 한주의 주식도 물려받을 수 없었다.

허성수 전 부사장은 곧바로 유언장이 어머니에 의해 조작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른바 ‘모자의 난’이 일어난 것이다.

  녹십자 오너 일가 지분확보 경쟁, 경영권 다툼 벌어지나  
▲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
허 전 부사장은 소송에서 “유언장이 작성된 1년 전에는 허영섭 회장이 뇌종양 수술 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며 “유언장은 어머니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소송은 3년 가량 끌다가 대법원에서 허 전 부사장의 패소로 결정났다. 허 전 부사장은 고 허영섭 회장의 유류분 청구소송을 통해 약간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고 허영섭 회장이 유언장에서 장남인 허성수 전 부사장을 왜 상속에서 제외했는지는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허성수 전 부사장은 미국유학을 마치고 2005년부터 녹십자의 경영에 참여했다가 2007년 돌연 회사에서 물러났는데 부자간에 경영철학이 달랐다는 등 여러 말이 나온다.

◆ 녹십자, 경영권 분쟁 또 일어날까

현재 녹십자홀딩스는 한일시멘트 일가의 친인척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42.86%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 지분 42.86%를 놓고 오너 일가들이 조금씩 나눠 소유하고 있어 매우 불안정하다. 오너 일가 내부에서 합종연횡이 펼쳐지게 되면 그 누구도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지배하기 힘들다.

허은철 녹십자 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녹십자 사장을 맡고 있다. 고 허영섭 회장의 차남인 허 사장이 녹십자 사장에 오르는 데는 허 사장이 허일섭 회장과 가장 우호적인 관계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허은철 사장이 계속 녹십자 사장을 맡을지는 미지수다. 허일섭 회장의 장남인 허진성 부장도 현재 녹십자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허성수 전 부사장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허성수 전 부사장이 계속 지분을 늘려나가면서 경영참여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녹십자홀딩스의 2대주주인 목암연구소 역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목암연구소는 녹십자홀딩스 지분 9.29%를 보유하고 있는데 허영섭 회장의 유언에 따라 받은 것이다. 목암연구소는 허일섭 회장과 허은철 사장이 모두 이사로 등재돼 있다.

한일시멘트 일가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한일시멘트 일가의 며느리나 딸 등 한일시멘트 일가의 여성들은 녹십자홀딩스의 지분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고 허채경 한일시멘트 창업주의 장남인 허정섭 명예회장의 부인 김인숙씨가 0.74%, 3남인 허동섭 회장의 장녀 허서연씨가 1.59%, 차녀 허서희씨가 1.59%, 4남인 허남섭 한일시멘트 회장의 딸 허정미씨가 3.3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7.23%에 이른다.

하태기 SK증권 연구원은 “녹십자홀딩스는 대주주 지분이 분산되어 있어 앞으로 분쟁이 발생하면 적정주가보다 웃돈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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