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가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를 선천성 희귀 신경질환 치료제로도 개발할 준비를 하며 임상 실패의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다만 전환사채 조기상환 청구권 기일이 곧 다가오기 때문에 엔젠시스의 치료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임상자금 마련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7일 헬릭스미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안에 엔젠시스의 적응증을 선천성 희귀 신경질환 ‘샤르코마리투스병’으로 확대하는 임상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한다.
김 대표는 현재 엔젠시스의 신경 재생효과를 활용하면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로도 개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이 손상되면서 손과 발의 근육을 위축시켜 기형을 일으킨다.
김 대표는 샤르코마리투스병이 10만 명당 36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으로 아직 근본적으로 치료를 할 수 있는 의약품이 없기 때문에 높은 약값에도 수요가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 대표는 지난해 약물 혼입으로 엔젠시스의 당뇨병성 신경병증 임상3상에서 실패한 뒤 샤르코마리투스병 개발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모색했다.
샤르코마리투스병 임상1상을 올해 3분기에 진입해 2021년 안에 마친 뒤 임상2상을 미국에서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당뇨병성 신경병증 임상과 똑같은 비중으로 샤르코마리투스병과 같은 희귀질환 임상을 진행해 생물학적 제제 허가승인을 조기에 획득해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기대와 달리 헬릭스미스뿐 아니라 다른 제약사들도 샤르코마리투스병 개발에 뛰어들고 있어 개발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종근당의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 ‘CKD-510’은 전임상을 마치고 유럽에서 임상1상을 준비하고 있다. 툴젠도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한 치료제의 전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헬릭스미스는 엔젠시스가 다른 질환을 대상으로 이미 임상3상까지 진행했기 때문에 전임상 없이 바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고 있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엔젠시스는 이미 다른 임상에서 안전성을 확인해 임상1상에서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헬릭스미스가 엔젠시스의 연구 범위 확대를 위한 임상자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약 1천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 조기상환 청구권 기일이 2021년 3월에 돌아오기 때문이다.
만약 투자자들이 조기상환 청구권을 행사한다면 헬릭스미스가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약 900억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약물 혼입으로 문제가 된 당뇨병성 신경병증 임상3상도 재설계해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샤르코마리투스병까지 임상을 확대하려면 자금이 빠듯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후속 임상3상을 추진하는 데는 최소 200억 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샤르코마리투스병 이외에도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으로도 임상을 준비하고 있어 각각 임상3상까지 진행하는데 5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현재 계획하고 있는 임상들은 헬릭스미스의 역량 안에서 진행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 임상을 진행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