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
대기업 오너들의 공익재단 기부는 경영권을 우회적으로 승계하기 위한 통로로 많이 사용돼 왔다.
공익재단에 기부하면 세금을 아낄 수 있고 오너 일가가 재단 이사회를 장악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자녀들에게 지분을 넘겨줄 때 절반을 증여세나 상속세로 내야 한다.
그러나 공익재단에 지분을 주는 경우 지분의 5%까지 면세대상이다. 공익재단이 성실공익법인으로 지정되면 지분의 10%까지 세금을 물지 않아도 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로부터 삼성그룹을 물려받을 때도 삼성그룹이 설립한 공익재단을 활용했다.
이 회장은 이병철 창업주가 삼성그룹 공익재단에 기부한 지분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삼성그룹을 승계했다. 당시 세법이 공익사업에 기부한 재산은 상속세와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돼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창업주가 1965년 설립한 삼성문화재단은 1976년 제일모직 지분 21.9%, 제일제당 지분 29.1%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1980년 제일모직 지분은 9.96%, 제일제당 지분은 6.94%로 줄어들었다.
1971년 설립한 삼성공제회도 1976년 제일모직 지분 5.1%, 제일제당 지분 11.1%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1980년 제일모직 지분은 1.35%, 제일제당 지분은 2.64%로 감소했다.
이건희 회장은 공익재단에서 줄어든 만큼의 지분을 확보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 회장은 1979년 삼성그룹 부회장, 1987년 회장에 올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월 부친으로부터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생명 지분 2.2%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생명 4.7%, 삼성화재 3.1%, 제일모직 0.8%, 삼성SDI 0.6%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도 이 회장처럼 공익재단을 승계 지렛대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최대주주자리에 올랐지만 여전히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이 높지 않다. 또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물려받는 문제도 남아있다.
물론 삼성그룹은 “공익재단을 경영권 승계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선대가 겪었던 논란을 다시 일으키기보다 정정당당하게 승계를 마무리짓겠다는 것이다.
|
|
|
▲ 조창걸 한샘그룹 회장. |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은 올해 6월 개인재산의 절반 수준인 4500억 원어치의 한샘 주식을 한샘드뷰연구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조 회장의 기부는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기부하기로 한 액수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조창걸 명예회장은 한샘드뷰연구재단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씽크탱크로 육성하고자 대규모 기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 명예회장의 기부 역시 2세로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조 명예회장의 자녀인 조창환, 조은영, 조은진, 조은희 4남매의 한샘 지분을 모두 합해도 3.6%에 그친다. 현재 한샘의 전문경영인인 최양하 회장이 보유한 지분 4.38%에도 미치지 못한다.
조 명예회장의 기부가 완료되면 한샘드뷰연구재단은 한샘지분 11%를 보유하게 된다. 이를 통해 오너 일가가 지속적으로 한샘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조 명예회장은 현재 한샘드뷰연구재단 이사장에 올라있다.
그러나 한샘은 “조 명예회장의 재단 기부는 순수한 뜻”이라고 강조했다.
오너들의 재단기부가 논란이 되는 것은 외국도 마찬가지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경영고문과 기부순위 1, 2위를 다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기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와 아서 래퍼 래퍼연구소 소장은 버핏 회장이 기부를 통해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버핏 회장은 지난해 첫 번째 부인인 수전 버핏이 만든 수전톰프슨재단에 2억15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또 세 자녀의 이름을 딴 하워드버핏재단, 수전버핏재단, 피터버핏재단에 각각 1억5천만 달러를 기부했다.
버핏 회장은 하워드버핏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장남 하워드 버핏에게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자리를 물려주기로 했다.
하워드 버핏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지만 버크셔해서웨이의 문화와 가치를 지키고 경영진을 감독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