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기자 jelee@businesspost.co.kr2020-02-05 17:11:09
확대축소
공유하기
한국가스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공기업에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잠정중단했지만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방식을 놓고 논란은 계속 커지고 있다.
자회사를 통한 고용방식은 또 다른 하청업체의 설립에 불과하기 때문에 처우 개선이 어렵다는 주장과 본사 고용은 경영상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 고용노동부.
이런 갈등과 관련해 정부는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고용방식과 관련해 양쪽의 의견을 감안한 방침을 마련하고 철저한 자회사 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8년 12월 발표한 ‘바람직한 자회사 설립·운영 모델안’의 자회사 운영방침 등을 다시 검토하고 개선방안을 3월까지 마련하기 위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자회사와 체결된 부당·불공정계약 등을 2019년 9~10월 집중점검했으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기존 모델안을 다듬기로 한 것은 한국가스공사, 한국도로공사 등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까지 나서면서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이 기존과 다를 바 없는 용역회사를 하나 더 세우고 고용하는 '무늬만 정규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자회사로 고용되더라도 임금 개선이 크게 나타나지 않으며 고용불안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회사에 고용되면 정년이 60세로 낮아져 150여 명이 해고위기에 놓인다”며 “지금까지 수차례 정규직 전환 문제를 논의했지만 가스공사는 근거도 없이 자회사 전환만을 종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19년 5월 고용노동부는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한 뒤 16.3%의 임금인상이 발생했다고 밝혔지만 2019년 6월에 나온 '공공기관 자회사 전환실태 분석 자료'에 따르면 32개 공공기관의 자회사에서 노동자들의 한달 평균임금은 254만7636원으로 자회사 전환 전보다 10.9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회사 고용 뒤 임금 인상이 높지 않았던 이유로 자회사가 기존 하청업체와 비슷한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자회사가 일반관리비와 이윤 보장 등 명목으로 중간에서 들고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임금 인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초 정부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파견용역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전체 비용의 10~15%는 반드시 전환 근로자 처우 개선에 활용하도록 했다.
공공기관의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은 여전히 고용불안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기관과 자회사의 용역계약이 대부분 1년 단위로 이뤄기 때문에 용역계약에 따라 고용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국가스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공기업에 본사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전면파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가스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재 파업을 잠정중단하고 7일 사측과 집중협의를 통해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국도로공사에 직접 고용을 촉구하던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도 217일 동안 투쟁을 이어가다가 잠정중단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발전공기업, 강원랜드 등에서도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불만이 계속 나오고 있다.
공기업에서 본사의 직접고용 대신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은 직접고용에 따른 막대한 인건비 부담과 경영악화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고용을 하면 직접 인건비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장기적으로는 퇴직충당금이 부채로 잡혀 경영실적이 악화하기 때문에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불리해진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게 되면 성과급 지급 등이 어려워진다.
실적 악화가 커지면 기관장이 교체될 수도 있으며 정부의 정책기조가 달라지게 되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높다.
정부는 이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바람직한 자회사 설립·운영 모델안'의 개선방안을 상반기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이 자회사 설립 때 본사가 100% 지분을 출자하는 원칙, 자회사를 향한 지속적 수의계약을 보장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공공기관의 자회사가 기존 용역업체와 고용불안이나 처우 등에서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점을 잘 알고 있다”라며 “자회사가 업무 전문성, 독립성, 안정성을 지닌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