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2020년에 발행어음잔고를 1조 원 이상 더 늘려 기업금융투자를 확대하고 발행어음시장 1위를 지키기 위해 힘쓴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은 2020년 발행어음잔고 규모를 8조 원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워뒀다.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 등으로 발행어음 운용 수익률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발행어음사업 1위 입지를 굳히기 위해 적극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2019년 말에 나온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익스포져 관리방안으로 부동산 투자 위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대신 기업금융투자 특히 정부정책에 따라 자금 수혈이 필요한 중견기업에 자금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는 2019년 12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 가운데 부동산에 투자한 비중이 10%를 초과하면 레버리지비율에 반영하기로 했다. 발행어음의 30%까지 투자할 수 있었던 부동산 투자비중이 10%로 줄어드는 것이다.
발행어음사업자는 레버리지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발행어음 관련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부동산 투자자산을 매각해 축소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국투자증권은 부동산 투자자산을 축소하는 대신 기업금융투자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려 수익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행어음시장을 놓고 업계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로 발행어음 운용 투자처 가운데 하나인 채권 금리가 낮아지면서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발행어음에 역마진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정 사장은 “누적된 조달금리는 2.2% 미만으로 1~2% 정도의 마진율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업계에서 우려하는 역마진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20년에도 NH투자증권과 KB증권 등 경쟁사들을 압도적 차이로 따돌리고 발행어음시장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18년 말 4조2천억 원이었던 발행어음잔고가 2019년 한 해 동안 2조5천억 원 늘었고 2020년에는 1조3천억 원가량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여 성장세가 둔화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12월 말 기준 발행어음사업자별 발행잔고는 한국투자증권 약 6조7천억 원, NH투자증권 약 4조 원, KB증권 약 2조 원으로 파악됐다.
13억 원에 조금 못 미치는 전체 발행어음잔고 가운데 절반 이상을 한국투자증권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11월 국내 첫 발행어음사업 인가를 받아 다음 발행어음사업자가 나오기 전까지 발행어음시장을 독점하며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해 초대형 투자은행의 핵심사업으로 꼽히는 발행어음시장을 선점한 덕분에 수익성이 높은 투자처도 먼저 차지할 수 있었고 이는 높은 운용수익률로 이어졌다.
2018년 5월 NH투자증권과 2019년 6월 KB증권이 발행어음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지금까지 압도적 차이로 발행어음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