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일까?
함 부회장이 금융감독원의 ‘문책경고’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다음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오를 수 없게 되지만 금융감독원과 대립하면서까지 행정소송을 벌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다음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유력했던 함 부회장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일지 시선이 몰린다.
함 부회장이 금감원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금감원과 대립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예전에도 금감원과 불편한 관계를 맺은 적이 있다.
금감원은 2018년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추진을 놓고 '셀프연임'이라고 제동을 걸었고 이 과정에서 갈등을 겪기도 했다.
당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하나금융지주에서 근무할 당시 채용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 원장이 사퇴하면서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 뒤 함 부회장이 2019년 2월 채용비리 논란과 관련해 KEB하나은행장 두 번째 연임을 스스로 포기하면서 하나금융지주와 금감원의 불편한 관계가 어느 정도 풀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함 부회장이 금감원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벌이기는 쉽지 않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 제재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벌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함 부회장 개인뿐 아니라 하나금융지주 전체에도 부담을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 역시 더케이손해보험 자회사 편입 등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함 부회장 때문에 금감원과 다시 불편한 관계를 맺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 부회장이 파생결합펀드 손실사태의 책임자로서 금감원의 징계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으로서 남은 임기 11개월 동안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며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함 부회장은 지난해 정기국회 국정감사에 파생결합펀드 사태와 관련한 증인으로 참석해 사퇴할 생각이 있냐는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파생결합펀드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결코 자리에도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함 부회장이 중징계를 받으면서 다음 하나금융지주 회장 승계구도도 안갯속으로 빠지게 됐다.
하나금융지주 안팎에서 함 부회장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뒤를 이을 유력한 후보로 꼽혀왔다.
하나금융지주 자회사 대표이사 가운데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장경훈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 등도 함 부회장과 함께 다음 회장후보군으로 거명되지만 함 부회장보다 경력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함 부회장은 30일 금감원에서 열린 3차 제재심의위원회에 참석해 마지막까지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온힘을 쏟았지만 제재수위를 낮추지 못하고 중징계를 받았다.
16일 1차 제재심에서도 9시간에 걸쳐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최고책임자를 제재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소명했지만 소비자보호 의지를 보인 금감원을 설득하지 못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