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대법원 파기환송 결정으로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김 전 실장과 조 전 정무수석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 김기춘(왼쪽)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
대법원은 두 사람이 문화예술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 소속 직원들에게 반정부 문화예술을 정부 지원사업에 배제하도록 한 혐의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정부 지원금을 신청한 개인 또는 단체의 이념적 성향이나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문예위 등이 수행한 각종 사업에서 정부의 지원을 배제하도록 지시한 것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또 다른 범죄 성립요건인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인지'는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직권남용 행위의 지시를 받는 쪽이 공무원이거나 공공기관 임직원인 경우에는 법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그가 의무 없는 일을 했는지는 관계 법령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행정기관의 의사결정과 집행은 서로 협조를 거쳐 이뤄지는 게 통상적"이라며 "이런 관계에서 일방이 상대방의 요청을 청취하고 협조하는 등의 행위를 법령상 의무 없는 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또 두 사람이 문예기금 지원심의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예술영화 지원 및 도서 관련 지원에서 특정인을 배제하게 한 혐의 등을 포괄일죄(여러 행위를 한 가지 죄로 판단)로 바라본 대목도 심리를 잘못했다고 판단했다. 각각을 별개의 범죄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재판은 직권남용죄와 관련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첫 판단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여러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에 비판적 의견을 내는 단체의 이름과 배제 사유 등을 정리한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지원금의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앞서 김 전 실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받았는데 2심에서 공무원 사직 강요 혐의가 추가로 인정돼 형량이 징역 4년으로 높아졌다.
김 전 실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정무수석은 1심에서 국회 위증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지만 2심에서는 지원배제에 관여한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을 받았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에서 1년6개월 동안 심리해 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소부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열린다.
대법원은 '사법농단'과 '국정농단' 등 굵직한 사건에도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돼 있는 만큼 이번 선고결과가 미칠 파장이 크기 때문에 다각도로 심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