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물질 유출과 늑장보고로 원자력 안전관리을 향한 불신이 다시 커지고 있다.
30일 원자력연구원과 대전광역시에 따르면 원자력연구원에서 방사성물질인 세슘 등이 유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전시 산하 보건환경연구원은 주민들이 신고한 하천 지점들을 중심으로 토양 정밀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사건조사팀을 파견해 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대전시 주민들은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충청지역 52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등으로 구성된 ‘핵 재처리 실험저지 30㎞ 연대’는 29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시는 원자력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주민들은 "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물질 유출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모든 연구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해체 요구까지 나오는 등 원자력시설을 향한 주민들의 불신은 커지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이 세슘 유출사실을 대전시에 늑장보고한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대전시는 23일 의견문을 통해 “원자력연구원이 대전시에 방사성물질 유출을 뒤늦게 알린 것은 대전시와 원자력원구원이 2017년 5월22일 맺은 안전협약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짚었다.
원자력연구원은 주변 하천 토양에서 방사능물질인 세슘 등 농도가 최근 3년 평균값보다 높다는 것을 6일 확인했다.
원자력연구원은 6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구두로 알리고 10일 서면보고도 했지만 대전시에는 2주가 지난 20일 구두로 보고했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방사성물질 유출과 관련해 조사를 거의 마무리 짓고 있다”며 “원인 및 재발 방지 대책, 대전시와 원자력 사고 관련 보고체계 개선 방안 등을 종합해 이르면 2월 첫째 주에 발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연구원 방사성물질 유출사태로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원자력시설의 안전관리 부실과 늑장보고 등이 문제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는 원전을 축소하기로 하는 ‘에너지 전환정책’과 ‘탈원전’과 관련해 원자력산업 관계자, 전문가, 환경단체 관계자, 지역 주민 등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 원자력시설에서 발생한 사고는 여론을 부정적 방향으로 기울게 할 수 있다.
2019년 5월 한빛원전 1호기에서 열출력 급증사태가 발생했고 2019년 7월에는 한빛원전 3, 4호기에서 거대 공극으로 방사능 유출 위험성이 제기되는 일도 나타나 원자력시설 안전을 향한 국민불신이 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한빛원전 1호기 재가동 반대와 한빛원전 3, 4호기 폐쇄 요청이 2019년 9월 올라왔는데 한 달 동안 청원 참여 인원이 2704명에 이르기도 했다.
검찰은 한빛원전 1호기 열출력 급증사태 때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사고를 허위보고하는 등 조직적 은폐정황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한국수력원자력과 관계자들을 원자력안전법 위반으로 2019년 11월 기소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