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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톡톡] LG디스플레이 돌파구는 대규모 투자, 정호영 길을 찾을까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20-01-23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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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중국 등 글로벌 디스플레이업계가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규모 장치산업인 디스플레이업계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면 선제적 투자가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어떻게 대처할까?

■ 방송 : CEO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김디모데 기자

곽: 인물중심, 기업분석 CEO톡톡. 안녕하십니까 곽보현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정호영 사장의 이력과 LG디스플레이의 과제를 짚어봤습니다. 이번에는 디스플레이업계 전반이 놓여 있는 상황을 바라보고 LG디스플레이의 어려움의 근본 원인을 들여다 보겠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와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김: 안녕하세요.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입니다.

곽: 김디모데 기자. 사실 디스플레이 업계의 경영난은 LG디스플레이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려울 거 같은데요. 일본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LG디스플레이보다 더 힘겨운 상황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 그렇죠. 일본을 대표하는 소니 도시바 히타치가 힘을 합친 재팬디스플레이는 적자행진 속에 고객사인 애플이 수차례 돈을 집어넣었지만 여의치 않자 결국 생산공장까지 떠넘겼습니다. 샤프는 벌써 몇 년 전 대만에 팔렸고요.

곽: 중국업체들은 어떤가요? LCD 시장의 주도권을 잡은 만큼 사정이 좀 나으려나요?

김: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LCD 패권을 차지했지만 LCD 패널가격이 하락하면서 정작 중국업체들 역시 실적이 악화했습니다. 중국 정부 지원을 업고 글로벌 디스플레이 1위 업체에 올라선 BOE는 2019년 3분기에 적자를 냈는데요 13분기 만의 적자전환이었습니다.

곽: 기술의 일본도 안 되고, 규모의 중국도 안 되고, 디스플레이 산업이 정말 쉽지가 않군요. 디스플레이 산업의 실적 안정성이 이렇게 떨어지는 원인이 대체 뭡니까? 그 이유를 산업구조에서 찾아야 하나요 아니면 개별 회사의 문제로 봐야 하나요?

김: 안팎의 문제가 다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죠. 일단 디스플레이 산업이 대규모 장치산업이라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요. 시장에서 지배력을 갖춰 어느 정도 이익 수준을 확보하려면 크게는 조 단위의 투자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곽: 얼마 전에 삼성디스플레이가 13조 원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봐야겠네요.

김: 네. LG디스플레이도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무려 20조 원을 들여서 올레드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요.

하지만 그렇게 중장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이다 보니 시장에서 기민한 대응이 어렵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꽤 오래전부터 올레드 전환을 해 왔음에도 올레드의 시장 안착이 더디고 LCD 업황이 예상보다 일찍 빠지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 못하게 됐죠.

곽: 유연한 대응이 어렵다. 막대한 투자를 하게 되면 전략을 바꾸기 어려워지니 신중해질 수밖에 없겠군요.

김: 네. 그러다 보니 일단 디스플레이시장의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기 어렵게 됩니다.

LG디스플레이가 중국 업체가 장악한 대형 LCD시장이나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배하고 있는 중소형 올레드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힘든 이유입니다.

앞으로도 LG의 올레드TV가 삼성의 퀀텀닷TV에 밀려나고 애플이 LG의 중소형 올레드 패널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반전하기는 어렵겠죠.

곽: 그래도 LG디스플레이도 나름 업력이 있고 한국을 대표하는 디스플레이 회사 아닙니까? 몇 차례 위기를 극복하면서 여기까지 왔고요.

김: LG그룹은 일찌감치 필립스와 합작으로 LG디스플레이의 전신인 LG필립스LCD를 설립해 LCD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과거 대세였던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PDP에서 LCD로 발빠르게 전환하면서 성공을 거뒀죠.

곽: LG필립스LCD 시절인 2005년 시가총액 3위까지 오르면서 국내 최정상 대표기업으로 위용을 떨치기도 했었네요.

김: 그렇지만 그 이후에도 부침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2006년에는 적자 9천억 원 넘게 내기도 했고 이후 필립스가 LCD사업에서 철수하면서 회사 간판도 바꿔달았구요.

곽: LG디스플레이도 산전수전을 다 겪은 회사군요.

김: 당장 몇 년 전 LCD 업황 둔화로 LG디스플레이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을 때 당시 CFO였던 정호영 사장이 애플로부터 1조 원의 선수금을 받아 위기를 넘긴 사례도 있는데요. LG는 정 사장에게 그런 구원투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겠죠.

곽: LG디스플레이가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구조조정은 물론 앞서 말한 대단위 투자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보시나요.

김: 그렇습니다. LG디스플레이가 지금까지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던 것은 선제적 투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필립스로부터 단일규모로는 국내 최대였던 16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했고 LCD가 침체를 맞았을 때 과감하게 3조 원 규모의 6세대 라인 투자, 5조 원 규모의 7세대 라인 투자를 진행해서 성공을 거뒀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와 비교하면 투자여력이나 시장 장악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모기업이자 고객사이기도 한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체급 자체가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가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 패권에 다시 도전장을 내려면 승부수를 걸어야겠죠.

곽: 그렇다면 결국 LG디스플레이, 그 모기업인 LG전자가 디스플레이산업에 다시 한 번 대규모 베팅을 감당할 수 있을지, 그 베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가 관건이군요. 정호영 사장의 셈법도 복잡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정호영 사장은 취임 후 처음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춘 회사”라고 자신감을 북돋았습니다. 정 사장이 그 세계 최고의 실력을 끌어내서 LG디스플레이를 다시 글로벌 정상의 위치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만만치 않을 행보를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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