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 그래도 LG디스플레이도 나름 업력이 있고 한국을 대표하는 디스플레이 회사 아닙니까? 몇 차례 위기를 극복하면서 여기까지 왔고요.
김: LG그룹은 일찌감치 필립스와 합작으로 LG디스플레이의 전신인 LG필립스LCD를 설립해 LCD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과거 대세였던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PDP에서 LCD로 발빠르게 전환하면서 성공을 거뒀죠.
곽: LG필립스LCD 시절인 2005년 시가총액 3위까지 오르면서 국내 최정상 대표기업으로 위용을 떨치기도 했었네요.
김: 그렇지만 그 이후에도 부침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2006년에는 적자 9천억 원 넘게 내기도 했고 이후 필립스가 LCD사업에서 철수하면서 회사 간판도 바꿔달았구요.
곽: LG디스플레이도 산전수전을 다 겪은 회사군요.
김: 당장 몇 년 전 LCD 업황 둔화로 LG디스플레이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을 때 당시 CFO였던 정호영 사장이 애플로부터 1조 원의 선수금을 받아 위기를 넘긴 사례도 있는데요. LG는 정 사장에게 그런 구원투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겠죠.
곽: LG디스플레이가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구조조정은 물론 앞서 말한 대단위 투자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보시나요.
김: 그렇습니다. LG디스플레이가 지금까지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던 것은 선제적 투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필립스로부터 단일규모로는 국내 최대였던 16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했고 LCD가 침체를 맞았을 때 과감하게 3조 원 규모의 6세대 라인 투자, 5조 원 규모의 7세대 라인 투자를 진행해서 성공을 거뒀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와 비교하면 투자여력이나 시장 장악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모기업이자 고객사이기도 한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체급 자체가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가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 패권에 다시 도전장을 내려면 승부수를 걸어야겠죠.
곽: 그렇다면 결국 LG디스플레이, 그 모기업인 LG전자가 디스플레이산업에 다시 한 번 대규모 베팅을 감당할 수 있을지, 그 베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가 관건이군요. 정호영 사장의 셈법도 복잡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정호영 사장은 취임 후 처음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춘 회사”라고 자신감을 북돋았습니다. 정 사장이 그 세계 최고의 실력을 끌어내서 LG디스플레이를 다시 글로벌 정상의 위치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만만치 않을 행보를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