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가 다음 초대형 투자은행으로 발돋움해 발행어음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가장 큰 증권사로 꼽힌다.
발행어음은 초대형 투자은행이 자체 신용에 따라 발행하는 만기 1년 안의 어음으로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초대형 투자은행의 핵심사업으로 꼽힌다.
발행어음사업에 진출한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3곳 뿐이다.
신한금융투자는 2019년 7월 66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이미 자기자본 4조 원을 넘겨 초대형 투자은행이 되기 위한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요건을 충족했다.
신한금융그룹의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해 초대형 투자은행 요건에 맞춰 유상증자를 단행했던 만큼 초대형투자은행 인가를 받고 발행어음사업 진출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환매중단 사태 등에 신한금융투자도 잇달아 휘말리며 초대형 투자은행 인가와 발행어음사업 인가를 받는 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는 특히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분주한 가운데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로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운용에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제공한 만큼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발행어음사업 인가를 받으려면 위험관리와 내부통제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받아야 하는데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신뢰성에 흠집이 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됐다.
3번째로 발행어음시장에 진출한 KB증권은 2017년 7월 발행어음사업 인가를 신청했지만 현대증권시절 불법 자전거래로 중징계를 받았던 사실이 문제가 돼 신청을 철회하기도 했다.
KB증권은 2년여의 세월이 흐른 2019년 5월에야 발행어음사업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도 각각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유령주식 배당 문제에 발목 잡혀 발행어음사업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2019년 3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은 3조4396억 원이지만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이 초대형 종합금융투자회사 도약을 위해 하나금융지주에 자본확충을 요청한 만큼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4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장은 3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올해 상반기 중 추가 증자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나금융투자는 하나금융지주의 지원을 받는다면 신한금융투자가 주춤하는 틈을 타 자본금 4조 원을 넘기고 초대형 투자은행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사업 진출에 속도를 낼 수도 있다.
다만 발행어음 사업자들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경쟁적으로 발행잔고를 늘려온 결과 발행어음 잔액이 약 13조 원에 이르러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말도 나오는 만큼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 모두 당장은 초대형 투자은행과 발행어음사업 인가에 목매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나금융투자는 초대형 투자은행이 되기 위해 무리한 유상증자를 실시해 서두르는 대신 철저한 준비를 거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