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매각협상이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매각진행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호산업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가격협상을 시작한 뒤 첫 채권단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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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이에 따라 금호산업 매각이 올해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비롯한 22개 채권단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금호산업 매각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전체회의를 열었다.
당초 채권단 전체회의가 열리면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가격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가격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회의는 1시간 만에 끝났다.
일부 채권단은 매각 협상을 빨리 끝내주길 바란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이 지연될수록 기업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수를 희망하는 사람이 있을 때 적당한 가격에 팔자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동안 투입된 채권단 자금에 국민의 세금과 개인의 투자금 등이 포함된 만큼 금호산업 매각가격을 냉철하게 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채권단 전체회의가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나면서 금호산업 매각이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 측이 원하는 가격이 워낙 달라 가격조정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채권단 내부에서도 가격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채권단은 1조 원, 박 회장은 5천억~6천억 원을 제시해 가격차가 4천억~5천억 원에 이른다.
금호산업 매각이 장기화하면 박 회장에게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회장이 자금을 마련할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이 현재 자체적으로 조달 가능한 금액은 1천억~2천억 원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보유지분이 줄었고, 금호석유화학 지분도 매각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이 현재 보유한 금호타이어 지분 8% 가량은 전부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 있다.
박 회장은 결국 금융권 차입이나 재무적투자자를 끌어들여 인수대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재무적투자자로 끌어들이는 방안의 경우 2009년 대우건설 풋백옵션 미상환 사태로 신뢰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여의치가 않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정상화도 멀어지게 되는 만큼 박 회장이 마냥 반길 일은 아니다.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등 주력 계열사 대부분이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권을 하루빨리 안정시켜야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이 경영권이 불안한 상황에서 투자를 비롯한 사업계획을 실행하기 어렵다.
금호산업은 올해 상반기 153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되돌아갔다. 금호산업의 자회사 아시아나항공도 2분기에 적자로 전환했다.
금호타이어도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보다 50%가량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