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경영권 승계 문제도 감시대상으로 삼겠다고 예고하면서 편법을 통한 지분승계는 사실상 힘들게 됐다.
13일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한때 6만 원까지 오르며 액면분할 주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시가총액은 358조 원을 넘어섰다.
단기적으로 메모리반도체업황 개선에 따른 기대감이 삼성전자 주가의 상승랠리를 이끌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추진하고 있는 중장기 비전인 반도체 비전 2030에 따른 시스템반도체사업의 실적 증가는 주가 상승의 또 다른 동력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 기업가치가 어디까지 높아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오너기업인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19년에만 해도 일본 반도체소재 수출 규제 대응과 5G 네트워크 글로벌 확산 등을 위해 직접 나섰고 회사 성장목표로 반도체 비전 2030도 제시했다.
그러나 경영을 잘 해서 기업가치를 높아지면 그룹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지분 상속에 더 부담을 안게 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삼성그룹 총수로서 이미 경영권 승계를 마쳤으나 완전한 지배력 확보를 위해 부친 이건희 회장의 지분상속이라는 마지막 퍼즐만 남겨둔 상황에서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면 지분상속을 위해 마련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보이면서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가치는 14조9600억 원까지 치솟았다. 2019년 1월 초 지분가치가 9조6600억 원이었는데 1년 만에 5조 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물려받는다고 하면 가산세를 포함해 9조 원 이상의 상속세를 내야한다. 여기에 삼성생명 등 다른 회사 지분까지 포함하면 상속세 규모는 10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가치를 모두 합해도 8조 원이 되지 않는다. 현재 이 부회장 보유지분을 모두 처분해도 상속세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의미다.
5년에 걸쳐 상속세를 연부연납하더라도 매년 2조 원 가까운 상속세를 내야 한다. 이대로 상속이 이뤄진다면 현실적으로 지분을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해 대출을 받는 정공법 외에 다른 길을 찾기 어렵다. 그나마도 상속세 규모가 워낙 커서 쉽지 않은 방안이다.
이 부회장은 2015년 삼성물산 합병으로 최대주주에 올라 경영권 승계의 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지분 승계는 진전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이 일부 계열사 지분을 사고파는 등 약간의 보유지분 변화가 있었으나 삼성전자 지분 상속을 위한 자금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하면서 상속부담만 더욱 커진 셈이다.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등 과거 언급됐던 여러 방식 가운데 하나로 지배구조를 개편해 지분 승계 부담을 낮추는 쪽으로 새판을 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현재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을 받고 있어 운신의 폭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재벌체제 혁신을 요구하며 이스라엘 방식의 단순 지주회사체제를 제시하기도 해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완전히 닫혀있지는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지분 상속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 정공법 외에 우회로를 선택하는 방안은 앞으로 더욱 엄격하게 제한될 수 있다. 조만간 출범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존재 때문이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그룹 최고경영진의 일탈을 막고 준법감시체계를 확고히 하기 위해 설립된다. 준법감시위원회는 공정거래와 부패행위 뿐 아니라 경영권 승계 문제를 직접 들며 준법감시 대상목록에 올렸다.
특히 김지형 준법감시위원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재용 부회장도 감시할 수 있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쳐 향후 상속절차에서 편법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높였다. 이 부회장은 김 위원장을 만나 위원회 독립성과 자율성을 약속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