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조선회사에 내줬던 여신을 회수하려는 시중은행들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진 원장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일부 금융기관들이 최근 소위 ‘비 올 때 우산 뺏기’식 영업을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는 정상 기업에 대해서도 경쟁적으로 여신을 회수한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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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
진 원장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도 금융기관이 여신을 경쟁적으로 회수하면 버틸 수가 없다”며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옥석 가리기에는 합리적인 근거가 필요하며 막연한 불안감만으로 여신을 무분별하게 돌려받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진 원장은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회사에 돈을 빌려줬던 시중은행들이 최근 여신 회수를 시도하거나 대출금리를 높여달라고 요구하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은 한진중공업에 내줬던 200억 원 규모의 신용대출 만기를 8월 말에 맞이한다.
국민은행은 대출금을 일부 돌려받거나 담보를 새로 잡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대출금리를 더 올려 받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대우조선해양의 선수금환급보증(RG) 한도를 기존 20억 달러에서 15억 달러 선으로 줄이기도 했다.
NH농협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내줬던 선수금환급보증 한도를 2016년까지 10억 달러로 줄이는 방안도 추진했다.
NH농협은행은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선수금환급보증 한도를 줄이지 말아달라는 공문을 받은 뒤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 원장은 이와 관련해 “금융기관도 보신주의적인 영업을 하는 대신 미래를 내다보는 관점에서 영업을 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7월 말 대우조선해양 채권은행의 부행장들을 불러 여신 회수를 자제하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시중은행들은 조선회사에 빌려줬던 여신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조선사 여신이 부실화되면 막대한 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재무건전성이 크게 나빠질 수 있다.
시중은행을 포함한 은행들은 현재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삼성중공업, 현대미포, 대우조선해양을 대상으로 전체 62조2982억 원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져)을 보유하고 있다.
위험노출액은 대출이나 지급보증 등을 내줬던 기업의 경영악화에 따라 돌려받지 못할 위험성이 있는 금액이다.
시중은행들은 조선회사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에 내준 대출도 부실화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의 외부감사 대상 비금융법인 2만5452개 가운데 15.2%가 한계기업이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00 미만인 기업으로 벌어들인 돈보다 내야 하는 이자가 더 많다.
KDB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저하가 우려되는 가운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증가하고 있다”며 “실물경제가 악화되면서 기업대출도 부실화되는 악순환이 일어날 가능성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