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SK텔레콤의 미래 회사이름으로 거명한 SK하이퍼커넥터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1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박 사장이 SK텔레콤의 새 회사이름으로 SK하이퍼커넥터를 든 것은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한 구상을 거의 끝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파악된다.
▲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SK텔레콤의 ‘뉴 ICT’ 기업 구상과 관련된 발언이지만 하이퍼커넥터라는 단어에 ‘협력’과 ‘연결’의 의미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SK그룹의 IT계열사를 하나로 묶어주는 중간지주사의 회사이름으로 적절해 보이기 때문이다.
회사이름 변경은 SK텔레콤이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리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을 싣는다.
SK텔레콤이 분할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이름 변경이 진행되면 전국의 모든 SK텔레콤 대리점 간판을 바꿔달고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
하지만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한 뒤 투자회사의 회사이름을 정하고 사업회사의 이름을 SK텔레콤으로 유지하면 이런 번거로움이 사라진다.
박 사장이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듀얼OS’를 강조한 것 역시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박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SK텔레콤의 주력사업인 통신사업을 담당하는 Corp1과 보안, 커머스, 미디어사업 등 신사업을 담당하는 Corp2로 운영되는 ‘듀얼OS’ 경영체제를 통해 SK텔레콤의 기업가치를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Corp2가 담당하는 신사업은 대부분 자회사를 통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Corp2가 손에 쥐고 있는 일은 많지 않다. Corp2가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될 때 투자회사의 모체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2020년 사업계획이 확정된 연초에 박 사장의 이번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중간지주사 전환이 사실상 실행 단계만 남겨놓은 상태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SK그룹의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제주도에 함께 모여 그룹의 미래 전략과 관련된 논의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안과 관련된 논의가 상당부분 진전됐을 가능성도 높다.
박 사장은 2019년 초 그 해에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을 완료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해를 넘겼다. 결국 중간지주사 전환은 박 사장의 새 임기 과제로 넘어오게 됐다.
다만 박 사장이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는 데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최근 반도체 업황의 회복으로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는 점이 박 사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주사는 자회사의 지분 3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2019년 3분기말 기준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 20.1%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SK하이닉스 지분 약 10%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10일 기준 SK하이닉스 주가의 종가는 9만8900원이다. 2019년 1월14일 SK하이닉스 주가의 52주 신저가 6만2천 원과 비교하면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 지분 10%를 확보하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약 2조7천억 원이 늘어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알고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