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제주특별자치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제주도는 청정자연을 지키는 동시에 산업구조를 고도화할 수단으로서 4차산업혁명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전기차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해 청정제주를 만들기 위해 저탄소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시는 20일 국토교통부, 한국감정원과 함께 11월 ‘제로에너지 건축기술 확산의 업무협약’을 맺고 민간의 단독주택을 제로에너지 건축 기법으로 지을 수 있도록 신재생 설치비를 지원하는 '제주시 제로에너지 하우스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제로에너지 건축이란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효율을 극대화한 냉·난방 시설과 단열재를 사용해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는 건축방식을 뜻한다.
고희범 제주시장은 "온실가스 배출비중이 높은 건축분야의 노력이 중요하므로 제로에너지 건축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성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주도의 전기차사업도 주목할 만하다. 제주도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전기차 충전서비스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돼 공동주차장과 대규모 행사장 등에서 배터리를 탑재한 이동식 충전기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규제자유특구란 혁신성장 분야에서 일정기간 규제적용 없이 시험 검증 기회 및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노희섭 제주도 미래전략국장은 11월 공청회에서 "제주도는 친환경 정책으로 전기차 보급 및 전기차 관련 인프라, 운영경험, 기술수준 등에서 앞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1단계인 전기차 서비스를 거쳐 2단계 전기차 개조와 공유, 3단계 전기차 생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제주도는 사용한 배터리를 함부로 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블록체인 기반 전기차 폐배터리 유통이력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수거하는 배터리의 입고부터 각종 검사, 등급분류 및 출고까지 모든 이력을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추적한다.
원희룡 지사는 “제주도는 정부와 함께 규제를 풀고 전기차 보급 사업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만들어 기업을 유치하고 일거리를 창출하고 있다”며 “아직은 규모가 작지만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면 향후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지역주민들도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보급, 에너지와 폐기물 관리시스템 구축 등 제주도의 도전이 성공한다면 깨끗한 자연과 첨단기술이 조화된 제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청정제주를 만들려면 관광객부터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주도에는 이미 관광객이 지나치게 많은 ‘오버투어리즘’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쓰레기매립장은 이미 매립용량을 넘어 2019년 4월 기준으로 처리 못한 압축쓰레기가 5만 톤에 이르고 매일 압축쓰레기 90톤씩이 추가되고 있다.
하수도 문제도 심각하다. 2018년 기준 제주도 하수처리용량은 13만 톤인데 제주도 하루 평균 하수 발생량은 12만9858톤에 이르고 관광객이 많은 계절에는 오·폐수가 하수처리용량을 넘어서고 있다. 오·폐수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채로 바다에 방류되는 상황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상수도도 포화상태다. 제주에서는 인구와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지하수가 바닥난 상황으로 파악되고 있다. 제주도는 가뭄 때마다 물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등 물 부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인구가 19% 늘어나 현재 67만8772명이 제주도민으로 등록돼 있다. 제주도 관광객은 2008년부터 10년 동안 59% 증가해 2018년 1433만 명을 보였다. 인구와 관광객 증가는 제주도 인프라에 막대한 부담이 되고 있다.
오훈성 한국문화관광 연구원은 제주경제활성화 토론회에서 “섬에 공간은 한정돼 있음에도 방문객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한정된 공간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필리핀 보라카이섬의 정책을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유명한 휴양지인 필리핀 보라카이섬은 수백만 명의 관광객으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쓰레기와 오·폐수로 환경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2018년 필리핀 정부는 보라카이섬을 전면 폐쇄하고 환경 정화사업을 펼쳤다. 필리핀 정부는 보라카이섬을 2019년 10월 다시 개장하면서 하루 이용객을 1만9천 명, 숙박업소를 200개로 제한했으며 섬 안에서 음주와 흡연도 전면 금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