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하이텍이 반도체 업황 호조에 힘입어 올해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 채권단이 동부하이텍의 실적 개선에 따라 독자생존을 검토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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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4일 업계에 따르면 동부하이텍이 주요 생산제품인 8인치(20.32센티미터) 반도체 수요에 힘입어 올해 경영실적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8인치 반도체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구동칩에 주로 쓰인다.
최도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8인치 반도체 위탁생산업계(파운드리)의 업황이 계속 호조를 보이면서 동부하이텍의 가동률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연구원은 사물인터넷시장의 활성화로 비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늘어 동부하이텍이 수혜를 입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부하이텍은 전자신호를 제어하고 계산하는 시스템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다.
동부하이텍은 올해 2분기 공장 평균가동률이 85%를 넘었다. 2014년 70%대에서 15%포인트 가량 오른 것이다. 동부하이텍은 올해 3분기 공장 평균가동률 90%를 넘길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동부하이텍 관계자는 “공장 가동률이 5월부터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 중국, 대만 등에서 오는 위탁생산 주문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하이텍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255억 원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힘입어 동부하이텍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439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 영업이익 규모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455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 연구원은 8인치 반도체 파운드리의 전반적 호황에 힘입어 동부하이텍이 올해 3분기에도 영업이익을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본다.
최 연구원은 “동부하이텍은 판매가격이 높은 아날로그반도체의 생산비중을 늘리는 등 혼합판매평균단가(blended ASP)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며 “3분기 가동률 추가상승이 이어지면 실적이 대폭 좋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회장과 동부그룹 채권단은 동부하이텍의 실적개선에 힘입어 이르면 하반기에 경영권 매각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동부그룹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2013년부터 동부하이텍 매각을 추진했다. 그러나 가격과 부채 문제 등으로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동부하이텍의 매각은 실패로 끝났다.
동부하이텍은 최근 대주주단에게 대규모 대출상환을 포함한 자구계획안을 제출해 승인받았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동부하이텍은 여러 은행들의 공동대출인 신디케이트론 6100억 원 가운데 1천억 원 이상을 갚으려고 한다.
동부하이텍이 신디케이트론 일부를 갚을 경우 부채 때문에 매각절차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줄어든다. 동부하이텍은 3월 신디케이트론 이자율도 기존 11%에서 5%대로 내려 비용부담을 던 상황이다.
김 회장과 동부그룹 채권단이 동부하이텍 경영권을 매각하는 대신 독자생존을 추진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동부하이텍은 국내에 유일한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다. 이 때문에 중국 등 외국기업이 동부하이텍을 인수할 경우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동부하이텍은 현재 2개 공장에서 반도체를 1개월에 9만 장씩 만들어낼 정도로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며 “동부그룹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완료됐고 투자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독자적으로 기업운영을 계속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