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충주시 성내동 '구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건물 전경. <연합뉴스> |
조길형 충주시장이 추진해 온 일제강점기 유적 복원사업이 시의회 상임위를 통과해 속도가 붙었다.
그러나 일제잔재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철거해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계속 나오고 있어 이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17일 충주시 관계자와 시민단체 발언을 종합하면 충주시는 2020년부터 12억3천만 원을 들여 옛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건물을 '근대문화전시관'으로 새로 단장해 교육 및 관광용도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 사업내용을 조율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6억1500만 원, 충북도가 3억750만 원을 각각 지원하며 충주시는 3억750만 원을 부담한다.
충주시가 근대문화전시관을 개장하면 관광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북 군산시는 2009년 일제강점기 유적들을 보수해 '군산 근대문화 유산거리'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군산시에 따르면 관광객이 가장 많았던 2016년에는 102만 명이 군산 근대문화 유산거리를 방문했으며 2018년 약 81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충주시는 교육적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조선식산은행은 동양척식주식회사와 함께 일본제국 식민지 경제정책의 한 축으로 산미증식계획의 자금 공급처였으며 전쟁이 점차 확대되면서 수탈경제의 거점역할도 했다.
충주시는 식산은행 건물을 교육공간으로 탈바꿈해 학생과 시민들에게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는 생생한 교육현장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 건물은 건축사적 가치도 있다. 문화재청은 2017년 서양과 일본의 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형태를 지닌 조선식산은행 충주점 건물을 등록문화재 683호에 지정했다.
함재곤 충주시 문화예술과 팀장은 “수치스러운 과거도 역사의 한 부분”이라며 “과거를 잊지 말자는 뜻에서 복원해 시민공간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원사업을 반대하는 의견도 계속 나오고 있다.
조선식산은행은 일제가 추진했던 농공·산업정책의 특수은행이다. 일본의 지배가 한국의 근대화를 도왔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을 뒷받침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홍식 '조선식산은행 건물복원반대 시민행동' 대표는 “아픈 역사도 역사인 것은 맞지만 지배와 수탈의 도구로 사용된 곳은 침략과 수탈을 미화할 우려가 있다”며 "조선식산은행은 복원보다는 청산돼야 할 과거"라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복원에 관여한 인물들을 놓고 선거에서 낙선운동까지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조길형 시장을 비롯해 일부 시의원들은 문자와 전화로 계속 항의를 받고 있기도 하다.
조길형 시장은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조 시장은 11월 페이스북에 “철거를 원했지만 시민여론 수렴과 문화재청 자문 결과 복원하기로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시장으로서 등록문화재를 관리해야할 책임이 생긴 이상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옛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건물은 광복이후 한일은행 건물로 쓰이다가 1980년대 민간에 매각됐다. 2015년까지 가구점 등으로 사용돼오던 것을 충주시가 매입해 복원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그동안 건물을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제기됐으나 2017년 문화재에 등록되면서 복원하자는 쪽에 힘이 실렸다. 복원사업이 충주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 심사를 통과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만을 남겨두고 있다.
충주시 관계자는 "복원을 통한 긍정적 효과와 아픈 과거를 잊지 않는 교육의 의미를 살려낼 것"이라면서도 "반대 목소리가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어 계속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