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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미국 화장품 업체의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고급 이미지를 앞세워 해외 화장품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다. 이번 인수규모는 최대 1조 원대로 그동안 추진했던 인수합병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그만큼 차 부회장이 인수합병에 자신감을 품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23일 “국내외 2∼3개 브랜드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 가운데 글로벌 화장품 회사인 엘리자베스 아덴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차 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 길을 개척한다는 극세척도(克世拓道)의 자세로 시장선도를 향한 결연한 의지를 다지자”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한 구체적 전략으로 해외시장 확대를 들었다. 이번 인수합병 추진 역시 해외시장 확대의 일환으로 보인다.
특히 차 부회장은 올해부터 북미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는 이미 일본의 화장품 기업 3개를 인수하며 일본시장에 진출했다. 그 성과는 하반기부터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차 부회장은 올해 기존의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북미시장에 진출해 아시아 지역에 편중된 매출을 다양화하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세계에 11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캐나다의 바디용품업체 ‘후르츠앤패션’을 인수하면서 북미시장 개척에 뛰어들었다.
최근 미국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북미지역의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이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473억 원으로 전년도 175억 원에 비해 170.9%나 증가했다. 차 부회장은 이러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공격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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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자베스 아덴의 향수 지면 광고 |
LG생활건강이 인수에 나선 엘리자베스 아덴은 1910년 창립된 미국 화장품 회사다. 세계 120여 나라에서 판매된다. 미국은 물론 세계 여러나라에서도 고급 화장품으로 인지도가 높다. 화장품과 향수를 주로 취급하며 지난해 매출은 13억 달러나 되지만 영업이익은 7천 달러에 그쳤다. 나스닥에 상장돼 있으며 시가총액은 8700억 원 규모다.
엘리자베스 아덴을 품게 될 경우 LG생활건강은 아시아권을 넘어 세계적인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된다. 또 고급 이미지와 함께 세계적 유통망도 함께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인수합병 추진은 그 규모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엘리자베스 아덴의 최종 인수 가격이 1조 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인수가 성사된다면 LG생활건강 최초로 1조 원을 넘는 기업을 인수합병하게 된다. 그동안 차 부회장이 인수한 기업들의 인수가격은 1천억~4천억 원 정도였다.
LG생활건강은 그동안 꾸준히 성장하며 탄탄한 실적을 올렸기 때문에 자금 여력은 충분해 보인다. LG생활건강의 유보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조5천억 원을 넘겼다.
LG생활건강은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을 인수한 뒤, 공개매수로 나머지 지분을 모두 인수해 상장폐지하는 시나리오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