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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원 부회장(왼쪽에서 세번째)과 황각규 사장(오른쪽 맨 끝)이 지난 1월9일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앞 광장에서 열린 안전결의대회에서 선서하고 있다.<뉴시스> |
롯데그룹이 뒤숭숭하다.
대다수 롯데그룹 직원들은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업무를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임직원들은 여름휴가 일정을 취소하고 복귀하는 등 비상사태처럼 행동하고 있다.
3일 롯데그룹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그룹 임직원들은 신 총괄회장 일가 경영권 다툼의 불똥이 어느 선까지 튈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형제 다툼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가 총수 일가에 국한되지 않고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인사태풍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안팎에서 향후 경영권 향배를 놓고 ‘줄서기’가 이미 시작된 것 아니냐는 말도 돌고 있다.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지난달 27일 이른바 ‘일본 거사’에 동참하기 직전 롯데그룹 전현직 대표들을 불러 ‘신동주 체제 구축’에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신영자 이사장과 신동인 구단주 대행이 7월 5일 롯데호텔 34층에 롯데그룹의 전현직 대표 10여 명을 차례로 불러 신동주 체제 구축에 대한 협조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신 이사장이 ‘반 신동빈’ 세력의 결집을 사전에 도모한 셈이다.
한국 롯데그룹은 8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그룹이다. 그러나 한국 롯데그룹은 사실상 ‘친신동빈파’가 장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이 이번 분쟁에서 패배할 경우 고위 경영진에 피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신동빈 회장은 2004년 롯데정책본부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정책본부는 과거 기획조정실로 불렸으며 롯데그룹 전체의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조직이다.
2004년 만들어진 정책본부는 현재 운영실, 인사실, 개선실, 비전전략실, 비서실, 커뮤니케이션실, 지원실 등 총 7실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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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 사장. |
정책본부는 지난해 1월 임원인사를 통해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역할까지 맡으면서 신동빈 친정체제 구축의 본거지로 위상이 막강해졌다. 인력만 해도 150여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2롯데월드 안전논란이 잇따라 터지자 지난 4월 신 총괄회장, 신 회장 집무실과 함께 현재 소공동에 있는 정책본부 사무실을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신 회장의 최측근 인사들도 정책본부를 거쳤거나 소속돼 있는 경우가 많다. 신동빈의 가신 3인방으로 불리는 채정병 롯데카드 대표,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 사장,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대표가 대표적인 경우다.
황 사장은 신 회장의 핵심 참모이자 브레인으로 꼽힌다. 그는 신동빈 회장이 1981년 일본 노무라증권, 1988년 일본 롯데상사에 이어 1990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할 당시 부장으로 재직했다.
황 사장은 이때부터 신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어 이후 ‘신동빈의 비서실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황 사장은 특히 국제실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신동빈 회장이 이끈 해외진출사업과 인수합병 실무를 진행했다.
황 사장은 지난 1월9일 출범한 롯데그룹 안전관리위원회 간사를 맡아 위원장에 임명된 이인원 부회장에 이어 서열 3위 입지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며 '포스트 이인원'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황 사장은 계열사인 우리홈쇼핑(롯데홈쇼핑)·롯데JTB·FRL코리아 등의 등기이사다.
황 사장은 롯데그룹 내 실세라인으로 꼽히는 서울대 화공과 라인의 수장격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호남석유화학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호남석유화학은 현재 롯데케미칼의 전신이다.
황 사장을 비롯해 임병연 롯데그룹 미래전략센터장 전무, 김영준 롯데상사 대표, 허수영 롯데케미칼 대표가 서울대 화공과 실세 인맥으로 이어진다.
채정병 대표도 신동빈 회장이 1995년 기획조정실 부사장을 맡으면서 인연을 맺은 사이다. 채 대표는 기획조정실이 정책본부로 바뀐 뒤 신 회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채 대표는 롯데카드가 정보 유출사고로 위기를 맞자 대표이사로 기용돼 위기능력을 발휘했다.
이재혁 대표도 기획조정실 출신으로 ‘신동빈파’의 핵심인사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 사장은 롯데칠성음료 관리본부장, 롯데리아 대표이사 등 식음료 계열사를 거쳐 2008년 정책본부로 복귀했다.
이 대표는 롯데칠성음료 대표로 다시 자리를 옮겨 이른바 ‘신동빈의 맥주’로 불리는 클라우드 맥주의 성공을 이끌었다.
이밖에 소진세 대외협력단장, 이원준 롯데쇼핑 대표도 신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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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 부회장. |
특히 이원준 대표는 신 회장이 중국사업에서 1조 원의 손실을 내 신격호 총괄회장의 분노를 샀다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주장에 대해 롯데쇼핑 기자실을 직접 찾아와 해명하는 등 이번 사태에서 총대를 메고 있다.
이인원 정책본부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측근으로 국내 최장수 CEO 타이틀을 지니고 있는데 ‘친 신동빈’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복심’이라고 불릴 만큼 오랜기간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 출입을 통제당하면서 사실상 '친 신동빈'파로 분류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07년부터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에 오르면서 신동빈 회장의 신임을 얻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롯데그룹 승계와 관련해 여간해서 입장을 드러내지 않아 이번에 신 총괄회장이 지시한 이른바 ‘살생부’ 명단에 신동빈 회장, 황각규 사장과 함께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자 롯데그룹 안팎에서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