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의 질병분류를 놓고 정반대 태도를 보이고 있는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이 2020년 총선 때 맞붙을까?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의원과 윤 의원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을 두고 각각 반대와 찬성 의견을 공식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내년 총선 때 경기 분당갑 지역구에서 서로 경쟁하게 된다면 게임중독 문제가 두 사람 사이 대결의 쟁점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 |
게임업계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보는 게 부당하며 국내 게임산업 발전을 크게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보건의료계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보고 청소년을 비롯한 게임 소비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임기업 경영자 출신 김 의원과 간호장교 출신 윤 의원은 각각 게임업계와 보건의료계를 대변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두 사람은 내년 총선에 같은 지역구인 경기 분당갑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자녀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사회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보고 규제하는 정책은 학생들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학부모 계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게임업체를 비롯해 정보통신기술 종사자가 비중이 높은 판교신도시 등을 거느린 분당갑의 특징을 고려하면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보는 데 부정적 시각이 다른 지역보다 높을 수도 있다.
김 의원은 게임업체 경영자 출신답게 게임산업 육성을 강조하며 각종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과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 등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반면 간호장교 출신으로 보건의료계와 가까운 윤 의원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태도를 지키고 있다.
김 의원과 윤 의원의 게임중독에 관한 의견 차이는 이미 분당갑에서 표면화한 적이 있다.
윤 의원은 4월 말 분당갑지역 일대에 ‘게임중독은 질병이다’라는 현수막을 게시했다.
그는 당시 “게임중독은 엄연히 존재하는 질병이지만 국내 게임업계가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어 현수막으로 소신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 의원은 윤 의원이 현수막을 게시한 시기에 페이스북에 “게임에 과몰입하는 수많은 원인과 환경을 무시하고 문제의 원인을 단순히 게임으로 치부하는 게 과연 건강한 사회인가라는 의문이 든다”는 글을 올리며 게임을 중독으로 보는 것을 두고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의원과 윤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각각 민주당과 한국당에서 경기 분당갑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두 사람은 초선 국회의원이라 3선 이상 중진의원들에게 요구되는 이른바 ‘물갈이’ 대상과는 거리가 먼 데다 각각 당내에서 게임업계와 보건의료계 전문가로 인정받으며 나름의 정치적 상징성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NHN와 웹젠 등을 거친 게임업계 경영인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였을 때 영입됐다. 정보통신기술(IT) 분야 전문가이자 성공한 사업가인 김 의원이 합류하며 민주당이 경제정당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도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김 의원을 비롯한 새로운 인재영입은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예상 밖 승리에 한몫 하며 한국 총선 역사에서 대표적 인재영입 성공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이 때 김 의원은 보수우세 지역인 분당갑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해 승리를 거뒀다.
윤 의원은 간호장교로 출신으로 2005년에 준장 보직인 국군간호사관학교장에 오르며 여성으로서 세 번째로 군 장성이 됐다.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참신한 여성 정치인을 향한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윤 의원은 한국당의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라는 시선이 많다.
윤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분당갑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부지런히 지역구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 의원과 윤 의원이 각각 민주당과 한국당에서 분당갑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을 받는다면 분당갑은 내년 선거에서 격전지가 될 수도 있다.
김 의원이 분담갑에서 선거를 거쳐 승리한 경험이 있긴 하지만 이 지역이 전통적으로 보수텃밭으로 꼽히는 만큼 ‘분당 토박이’를 자처하며 지역구 관리를 해온 윤 의원의 도전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