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아시아나항공 기내청소나 시설경비 등의 업무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죽호학원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인 KO, KR 등에 맡겨져 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죽호학원은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 일가가 운영하고 있는 재단법인과 학교법인으로 금호그룹에 속해 있지만 매각대상이 된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는 아니다.
따라서 KO와 KR에 소속돼 근무하는 하청노동자들은 오랫동안 아시아나항공과 관련된 업무를 맡아 일했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법적으로는 고용승계 대상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이 하청노동자들은 아시아나항공 직원들로 구성된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과 연대해 아시아나항공 매각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이 마무리되면 다단계 하청구조 해소와 직접고용을 요청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아시아나항공 매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주식 매매계약이 마무리 된 후 인수작업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인수기업인 HDC현대산업개발에 면담을 요구할 계획”이라며 “매각대책위원회는 하청구조 해소와 직접고용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HDC현대산업개발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현재 인수합병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민감한 사안인 만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 이상의 다른 어떤 내용도 추가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11월12일 용산 아이파크몰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력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의견을 내보인 적이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협상 과정에서 이 하청업체와 관련된 이야기가 오고간 것으로 파악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KO, KR 등의 회사들은 박삼구 전 회장의 사익편취 수단으로 활용됐다”며 “심지어 금호산업은 매각협상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지분을 보유한 하청업체들의 3년 계약보장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호산업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협상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은 알려드리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대책위원회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및 노조를 조직하지 못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과 에어부산, 에어서울 노동자들을 비롯한 아시아나항공 관련 노동자를 규합해 공동요구안과 공동집회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아시아나항공 매각대응 대책회의와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는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매각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협력업체 노동자 전원의 고용관계 승계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이에따라 HDC현대산업개발로서는 주식매매계약 체결이 이뤄지더라도 아시아나항공 인수과정에 다수의 이익주체가 참여하게 되면서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HDC현대산업개발이 향후 인수 마무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청소와 시설경비 등 지상조업 업무와 관련해 대한항공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주를 많이 주고 있다"며 “인수자와 노동자 측이 앞으로 협상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원만히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