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표창장 위조사건과 관련된 공소장 변경을 불허했다. 정 교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다.
검찰이 정 교수를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비판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0월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에서 열린 정 교수의 사문서 위조 혐의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첫 기소와 추가 기소 내용을 비교했을 때 공범, 범행일지, 장소, 방법, 행사목적이 모두 중대하게 변경된 만큼 공소사실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앞서 검찰은 9월6일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정 교수를 불구속기소했다. 11월11일에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 14개를 추가해 2차 기소했다.
검찰은 9월 기소 당시 표창장이 위조된 시점을 2012년 9월7일로 제시했다. 그러나 추가 기소 공소장에는 2013년 6월로 내용을 바꿨다.
표창장 위조장소는 첫 기소에는 동양대, 추가 기소에는 정 교수의 주거지로 각각 제시됐다. 첫 공소장에 기재된 공모자는 ‘불상자’인데 추가 기소에는 정 교수의 딸이 공범으로 적시됐다.
위조 방법을 놓고 첫 공소장엔 ‘총장 직인을 임의로 날인했다’가 들어갔다. 그러나 추가 기소에는 스캔·캡처 등을 이용해 만든 이미지를 붙여넣는 방식을 사용했다는 설명이 추가됐다.
위조 목적도 첫 기소에선 ‘유명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목적’으로 판단된 반면 추가 기소에선 ‘서울대에 제출할 목적’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사건을 추가 기소된 입시비리사건과 별도로 재판하게 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9월 당시 정 교수의 사문서 위조 혐의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소를 밀어붙였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검찰의 무리·부실 수사가 첫 공소장과 추가 공소장의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대폭 변경’ 결과를 불러왔다”며 “무리하고 성급한 기소가 엉터리였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공소시효 문제를 이유로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9월6일 정 교수를 전격 기소했다. 당시는 검찰이 정 교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하기도 전이었다.
그 뒤 검찰은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구속영장 발부 등을 통해 관련 수사를 진행한 결과를 토대로 정 교수를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동일한 문건을 위조했다는 하나의 사실을 기소한 만큼 공소장이 변경돼야 한다는 주장을 지키고 있다. 공소장 변경을 다시 신청하는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3차 공판준비기일 현장에서 검찰이 공소장 변경 불허에 항의하자 “우리 판단이 틀릴 수 있지만 검찰 판단도 틀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검사에게 “재판부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며 “계속 항의한다면 퇴정을 요청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끝까지 불허하면 정 교수의 사문서 위조 혐의 재판은 첫 공소장 내용을 토대로 진행된다. 정 교수가 증거 부족 등으로 무죄 판결을 받을 수도 있다.
이를 고려해 검찰이 사문서 위조 혐의의 첫 공소를 취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이 공소를 취하하면 재판부는 공소기각을 결정하게 된다.
검찰이 공소를 취하한다면 변경하려는 공소사실을 토대로 정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다시 기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가 첫 공소장과 추가 공소장의 사실에 동일성이 없다고 판단한 만큼 일단 처리된 사건을 다시 다루지 않는 일사부재리 원칙도 적용되지 않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