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허창수 회장이 물러나면 사촌동생인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이나 GS그룹 4세 오너 경영인인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 등이 다음 회장에 오를 것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GS그룹을 이끄는 '허씨 오너일가'의 선택은 이런 예상을 모두 빗나갔다.
GS그룹을 이끌 회장은 오너 가족회의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태수 회장이 10년 넘게 GS홈쇼핑을 이끌면서 회사의 글로벌화와 디지털화에 뚜렷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회장 승계자로 낙점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GS그룹은 정유·에너지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했는데 현재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높여 외부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새 사업을 찾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허창수 회장은 이날 GS 이사회와 GS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그룹 회장 사임을 공식화하며 “혁신적 신기술의 발전이 기업 경영환경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고 이런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우리도 언제 도태할지 모른다는 절박함 속에서 지금을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 적기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GS그룹은 정유계열사인 GS칼텍스라는 든든한 현금창출원(캐시카우)과 민자발전계열사인 GS파워, GSEPS, GSE&R 등을 중심으로 몸집을 불렸다. 정유와 에너지산업이 경기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만큼 안정적 수익을 기반으로 큰 무리없이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허창수 회장은 최근 4차산업혁명의 흐름이 가속화하면서 더 이상 이러한 수익구조로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오너일가는 '새로운 활로'를 찾을 적임자가 허태수 부회장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을 수 있다.
정유와 에너지 계열사들을 돌며 수익 창출 기반을 안정적으로 다져왔던 다른 오너경영인들과 달리 GS홈쇼핑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업 확장에 도전하고 성공한 점들이 허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선택된 원동력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허 회장은 GS그룹 안에서 ‘글로벌 센서’ ‘디지털혁신 전도사’ 등으로 불리며 미래형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GS그룹은 “허태수 회장은 앞으로 디지털 혁신의 리더십으로 GS그룹 제2의 도약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허태수 회장은 1957년 태어났다. 서울 중앙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도 받았다.
1986년 미국 컨티넨탈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으며 1988년 LG증권 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M&A팀장과 국제금융팀장, 런던법인장, IB사업본부 총괄 상무 등을 지냈다.
2002년 GS홈쇼핑 전략기획부문장 상무로 입사해 경영지원본부장 부사장 등을 지냈으며 글로벌화를 염두에 두고 해외사업팀을 출범시켜 GS홈쇼핑의 해외진출 초석을 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