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뛰어들까?
손 회장이 우리금융지주의 인수합병 최우선 목표로 증권사를 정해뒀지만 푸르덴셜생명 정도의 매물이라면 지주사 회장 첫 임기의 마지막 성과로 인수합병을 노릴 가능성이 떠오른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이 푸르덴셜생명 매각을 연말에 타진하는 것을 놓고 우리금융지주의 참여를 이끌어내 인수전 흥행을 노리는 전략이란 말이 나온다.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히는 KB금융지주와 사모펀드 등에 더해 우리금융지주까지 인수전에 참여하게 되면 매각 가격을 높일 수 있다는 포석이란 것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르면 내년 초에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아 대형 금융회사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우리금융지주가 위험가중자산(RWA) 산출 방식을 현재 표준등급법에서 내부등급법으로 바꿀 수 있게 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상승해 규모가 큰 금융회사의 인수합병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처럼 우량한 회사는 금융회사 전체 평균을 활용해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는 표준등급법보다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는 것이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진다.
우리금융지주가 내부등급법 적용 이후 금융회사 인수를 위해 출자할 수 있는 자본은 6조4천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올해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자본을 대규모로 확충함으로써 올해 초 증권업계가 추산한 것보다 출자 가능한 자본이 2조 원가량 늘었다.
푸르덴셜생명 매각가가 2조 원 수준으로 평가되는 점을 살피면 우리금융지주가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하게 들고 있는 셈이다.
손 회장은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지만 푸르덴셜생명이라면 인수를 먼저 검토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생명보험사는 우리금융지주가 지주사 체제 완성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회사인데 푸르덴셜생명을 놓치면 이보다 나은 매물을 만나기 힘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푸르덴셜생명은 생명보험업계에서도 ‘알짜회사’로 손꼽힌다.
상반기 기준으로 자산 규모는 11위지만 순이익 규모는 5위로 집계됐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불할 능력을 뜻하는 지급여력(RBC)비율은 505.13%로 업계평균 296.1%를 크게 웃돌아 압도적 1위에 올라있다.
푸르덴셜생명은 탄탄한 재무구조 덕에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에도 별도의 자본투입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는 KDB생명 등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매력적 매물로 여겨진다.
손 회장이 롯데카드 인수전에 ‘깜짝 등판’한 적이 있다는 점도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손 회장은 올해 5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이뤄 롯데카드 지분 인수에 성공했다.
당시에도 손 회장은 여러 차례 증권사 인수를 노리고 있다고 밝혔을 뿐 카드사 인수에 관해 특별한 관심을 밖으로 내보이지는 않았다.
손 회장이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추진한다면 내년 3월로 끝나는 우리금융지주 회장 첫 임기 안에 상당한 진척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손 회장으로서는 지주사 회장 첫 임기 동안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사에 이어 생명보험사까지 확보해 지주사 기반을 확실하게 닦았다는 평가를 다질 수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말부터 매각협상이 진행된다면 늦어도 내년 1분기 안에는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우리금융지주는 현재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두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인수합병 최우선 순위로 증권사를 정해두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며 “생명보험사 인수는 이보다 후순위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장기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