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여성 등용'은 박근혜 정부 등장 이전부터 추진되었다. 이건희 회장의 '소신'이 크게 작용했다. 이 회장은 일찍이 "여성인재 등용을 늘리겠다"고 약속했고, 승진 때마다 그 약속을 지켜왔다. 마지막으로 남은 약속이 '여성 사장'이다. 이 회장은 왜 여성의 등용을 강조하는 것일까? 또 삼성에서 여성 CEO는 언제쯤 나올까?
삼성의 지난 연말인사에서 여성의 임원 등용은 돋보였다. 여성 임원 승진자 수가 15명이었다. 여성 임원 승진자 수는 3년 사이 거의 2배로 늘어났다. 2011년 7명, 2012년 9명, 2013년 12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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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회장, "여성도 사장 되어야"고 강조한다. |
이 회장은 여성 등용을 '실리적 이유'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 인재가 쓰이는 것이 기업적, 국가적 이득이라는 게 기본생각이다. 이 회장은 1997년 쓴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다른 나라는 남자, 여자가 합쳐서 뛰는데 우리는 남자 홀로 분투하고 있다. 여성 인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자전거 바퀴 두 개 가운데 하나를 빼 놓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적자원의 국가적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여자란 이유로 채용이나 승진에서 불이익을 준다면 당사자가 겪게 될 좌절감은 차치하고라도 기업의 기회 손실은 무엇으로 보상할 것인가”라고 언급했다.
이 회장이 여성 능력 가운데 높이 사는 것은 '유연성'이다. 여성들은 섬세하고 부드러우며, 특히 위기에도 강하다고 본다. 이 회장은 “여성 임원들의 말을 듣고 보니 공통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런 어려움을 유연하게 잘 이겨냈다는 것이 느껴지고, 역시 유연해야 살아남는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업무적 능력과 역경을 통해 다져진 여성의 유연함을 가진 인재를 적극 등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 등 이 회장의 딸도 이 회장의 이런 인식에 영향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이다. 이 회장의 딸 사랑은 각별하다. 평소 공식 석상에 딸들의 손을 잡고 나란히 등장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그러나 단순히 딸 사랑이 이 회장의 여성인재 등용과 곧바로 직결되는 것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두 딸이 보여주는 경영성과에 더욱 주목하고, 여성인재 등용 의지를 확고히 한 것으로 보인다.
이부진 사장은 적자였던 호텔신라를 흑자로 만들었고, 이서현 사장은 제일모직에서 빈폴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냈다. 이 회장이 "여성 인재들은 정말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일을 잘하겠구나 하는 기대가 크다"고 평소 말하는 것도 이런 경영성과와 무관치 않다. 이는 유교적 가풍이 강해 딸들이 경영전선에 나서지 않는 LG그룹과는 큰 차이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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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희 삼성전자 부사장. 여성CEO 후보로 유력하다. |
그러나 삼성은 아직 오너 출신 딸을 제외하고 아직 여성 사장은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관심은 자연히 이 회장의 '여성인재 등용 약속'이 언제 여성CEO 등장으로 나타나느냐 하는 점으로 모아진다.
현재 삼성의 여성 임원은 총 50명으로 1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많다. 이 가운데 여성 사장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는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이 꼽힌다.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1년 발탁 승진한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내년쯤 여성 최초 CEO가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점쳐진다. 연세대 영문학과를 나와 노스트웨스턴대학 대학원에서 광고마케팅을 공부했다. 로레알코리아 전무를 거쳐, 2007년 삼성에 합류해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 상무와 전무로 일했다. 갤럭시 시리즈 마케팅 성공의 '일등공신' 가운데 한명이다. 패션에 조예가 깊고 마케팅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과연 ‘삼성 여성 사장 1호‘라는 타이틀을 거머쥘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