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직판체제로 판매하게 될 램시마SC의 성공 여부에 따라 향후 셀트리온의 수익성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셀트리온이 2020년 2월 독일을 시작으로 유럽에 출시할 램시마SC는 처음으로 셀트리온의 직판체제를 통해 판매된다.
그동안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유럽 현지 파트너사를 통해 유통해 왔지만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판매전략을 바꾼 것이다.
셀트리온은 유럽 파트너사에 제품 매출의 약 35% 이상의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는데 직접판매하면 유통 수수료를 15%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이 유럽에서 램시마를 통해 쌓은 인지도와 램시마SC의 제품 경쟁력을 감안하면 직접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단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바이오업계에서는 서 회장의 도전을 다소 무모하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동안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유럽 등 글로벌시장에서 직접판매를 시도한 곳은 없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인지도만으로는 글로벌 바이오제약기업의 유통망과 브랜드 힘을 빌리지 않고 해외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직판체제는 판매하는 제품이 많으면 많을수록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사업이다. 현지법인과 지점, 영업인력을 유지하려면 일정한 고정비를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유럽에 14개 법인을 세웠고 영업인력을 300명까지 확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직판체제를 통해 셀트리온이 판매할 제품은 램시마SC 제품 하나다.
셀트리온과 같이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판매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가 아직까지 직판제제로의 전환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유럽에서 파트너사를 통해 4개의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고 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는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직판을 언젠가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의 기존 판권계약이 만료돼 제품 포트폴리오가 구축돼야 가능할 것”이라며 “지금 당장 몇 개의 제품으로 직판체제 구축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램시마SC 단일제품의 매출이 일정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면 직판체제는 충분히 효율적일 수 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램시마SC가 류마티스관절염을 적응증으로 2020년 2분기에 유럽에서 출시되고 2021년 염증성장질환 치료제로도 판매되면 유럽에서 최대 매출 7649억 원가량을 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직판체제의 성공은 결국 램시마SC의 처방 필요성과 차별성이 유럽 현지 의료진에게 얼마나 전달될 수 있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서 회장은 램시마SC를 1.5차 치료제로 처방될 수 있도록 차별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상 일정시간이 지나면 내성이 발생하는데 기존 1차 피하주사형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엔브렐’과 ‘휴미라’ 등에서 모두 내성이 생겼을 때 램시마SC를 다른 치료 선택지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현재 엔브렐 등을 사용하는 환자의 25%는 내성을 겪어 연간 치료비용이 2천만 원이 넘는 악템라, 엔티비오, 스텔라라 등 고가의 2차 치료제로 넘어간다. 따라서 환자의 치료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1차와 2차 치료제 사이의 새로운 약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의료계에서 나오고 있었다.
램시마SC는 이런 지점을 파고들어 1차 치료제보다는 비싸지만 2차 치료제보다는 싸게 가격을 책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은 램시마SC가 램시마의 오리지널인 '레미케이드'보다 투약 편의성이 좋다는 점도 유럽 의료진에게 적극 알려나갈 계획을 세웠다. 레미케이드는 정맥주사형 밖에 없어 병원에서 2시간을 투여해야 하지만 피하주사형인 램시마SC는 환자가 5~10분 안에 집에서 스스로 투여할 수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미 세계 유수의 학회를 통해 램시마SC 임상결과를 발표하면서 유럽 의료진들의 큰 기대를 확인했다”며 “직판체제의 사업성 등은 이미 오래 전에 검토를 마쳤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