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CNS가 정부의 대형 소프트웨어(SW)사업의 수주 참여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삼성SDS가 공공 소프트웨어시장에 저가전략을 들고 돌아왔기 때문인데 향후 여러 번의 맞대결을 벌여야 하기에 단발성이 아닌 중장기 수주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김영섭 LGCNS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홍원표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 |
25일 소프트웨어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의 차세대 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 구축사업 재입찰이 26일 진행된다.
12일 한 차례 입찰이 유찰된 지 2주 만이다.
디브레인 구축사업은 2022년까지 1191억 원을 투입해 17개 분야의 재정업무 처리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 사업으로 공공부문 SW사업의 ‘대어’로 여겨진다.
이번 재입찰의 관심사는 두 가지다. 1차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던 LGCNS의 참여 여부와 삼성SDS의 최저가 응찰 여부다.
LGCNS는 “검토 중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며 참여 여부를 놓고 신중한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한 차례 불참이라는 전략을 사용할 정도로 삼성SDS를 견제하고 있는 만큼 입찰 관련 정보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LGCNS는 이번 사업을 위해 중견기업인 아이티센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대우정보시스템과 손잡은 삼성SDS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으나 12일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결국 삼성SDS 컨소시엄의 단독응찰로 입찰이 유찰됐다.
LGCNS는 당시 “경쟁사의 최저가 입찰 등을 고려한 프로젝트 수익성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 재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LGCNS는 7월 진행한 행정안전부 차세대 지방세정보시스템 1단계 입찰에서 삼성SDS에 패해 고배를 마셨다. LGCNS가 이번 디브레인사업에서 삼성SDS와 경쟁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이유다.
삼성SDS는 2013년 이후 공공사업을 진행하지 않다가 6년 만에 입찰에 참여했다. 그동안 꾸준히 공공사업을 이어오던 LGCNS를 꺾고 공공 소프트웨어시장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삼성SDS는 '일감 몰아주기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대외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LGCNS는 삼성SDS와 달리 사업의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 고민일 것으로 보인다. 1차 불참 당시 삼성SDS의 ‘최저가 입찰’을 들어 수익성을 검토하겠다고 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삼성SDS는 행정안전부 지방세정보시스템 1단계 입찰에서 입찰공고 계약가격의 80%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낙찰 하한율에 근접한 금액으로 업계 수익성을 훼손하는 ‘저가입찰’ 기조를 불러올 수 있기에 이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공공 소프트웨어사업 낙찰가격은 계약가격의 95% 수준이었다. 지방세정보시스템 1단계 입찰에서 LGCNS도 입찰공고가격의 90%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LGCNS와 삼성SDS의 기술격차는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결국 가격이 승패를 가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
LGCNS는 1차 입찰 불참으로 일단 가격전략을 검토할 시간은 번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삼성SDS의 공격적 응찰가격 전략을 따라갈지 혹은 수익성을 담보하는 가격전략을 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가격 경쟁을 벌였다가 저가수주 기조가 공공시장에 고착돼 장기적으로 수익성 악화가 심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수익성만 앞세우다 삼성SDS에 사업을 넘겨주면 주요 고객인 정부를 상대로 한 사업에서 성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 또한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앞으로도 LGCNS와 삼성SDS는 공공부문 소프트웨어사업에서 맞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이번 디브레인사업 입찰결과에 따라 향후 전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입찰은 두 회사에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2020년까지 보건복지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사업, 행정안전부 전자정부 클라우드 플랫폼사업, 우체국금융 차세대시스템사업, 지방세정보시스템 2단계 등 굵직한 공공부문 소프트웨어사업 입찰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