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 지분 인수 뒤 자사주 매입과 소각 계획을 내놓은 것을 계기로 주주환원정책 강화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지주의 재무 건전성과 실적이 모두 안정적 흐름을 보이는 만큼 주주환원을 강화할 수 있는 여력도 커지고 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1일 "은행권 업황 불확실성, 금융당국의 규제 등이 은행주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주주환원 강화가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한금융지주는 2020년 안에 최대 357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다는 계획을 최근 내놓았다.
은행권에서 자사주를 활용한 주가부양정책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한금융지주가 내년에 신주를 발행한 뒤 주식교환 방식으로 오렌지라이프 지분을 사들여 완전자회사에 편입하기로 했기 때문에 주식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주식을 사들여 소각한다는 것이다.
신주를 발행하면 1주당 주식가치가 희석되는 효과가 있고 주식을 소각하면 반대로 가치가 높아진다.
김 연구원은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 지분 인수에 활용되는 분량을 제외하고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한 뒤 소각하는 방식으로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할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신한금융지주가 내년부터 주주환원 확대를 추진할 수 있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는 2017년 콘퍼런스콜을 열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구상한 '2020 스마트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 더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금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을 확대하기는 당분간 어렵겠지만 목표를 달성한 뒤에는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조 회장이 취임 뒤 내놓은 2020 스마트 프로젝트는 2020년 3월까지 신한금융지주의 재무 건전성 지표인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을 10%, 자기자본비율(BIS)을 15%, 총자산순이익률(ROA)을 0.9%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자기자본순이익률은 10.8%, 자기자본비율은 16.5%로 이미 목표치를 뛰어넘었고 총자산순이익률은 0.8%에 그쳤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목표치에 가까워진 만큼 내년에는 달성 가능성이 유력하다.
주주환원정책 강화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셈이다.
신한금융지주는 그동안 인수합병과 신사업 추진, 오렌지라이프 추가 지분 인수자금 마련 등에 집중하면서 주주환원에 소극적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성과로 수익원 다각화가 이뤄져 실적 안정성이 높아진 만큼 주주환원을 확대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김 연구원은 "신한금융지주는 꾸준한 이자이익 증가와 비용 안정화로 탄탄한 이익 기반을 확보했다"며 "주주환원정책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금융지주가 이미 내놓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규모만 해도 최대 3천억 원대에 이르는 만큼 추가 주주환원을 위한 자금여력을 마련하는 일은 과제로 꼽힌다.
올해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들이 대체로 좋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금융업황이 전반적으로 불안한 만큼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은행권이 높은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경영환경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만큼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는 것이 주가 안정화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 규모와 시기 등 구체적 내용은 내년 초 이사회에서 결정한다"며 "주가 흐름과 재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