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수 한국전력기술 사장이 영업수익의 기반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에서 원전 설계 일감이 끊긴 데다 해외에서는 원전 설계 수주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17일 한국전력기술에 따르면 3분기부터 당분간 국내와 해외 모두에서 주력 사업부문인 원전 설계로 매출을 거두기가 쉽지 않게 됐다.
한국전력기술은 3분기 원자력부문에서 원전 설계사업으로 발생한 매출이 없어 2018년 3분기보다 원자력부문 매출이 32.7% 줄어들었다.
한국전력기술은 국내에서 사실상 원전 설계 일감이 없어 해외에서 새로운 사업을 수주해야 하지만 해외에서도 수주성과를 아직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배수 한국전력기술 사장은 2018년부터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함께 한국 원전 수주 컨소시엄인 ‘팀코리아’에 참여해 규모가 큰 해외 원전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한국전력기술이 국내 유일의 원전설계회사인 만큼 팀코리아가 해외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하면 한국전력기술이 설계업무를 도맡게 된다.
그러나 한국이 수주를 현실화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건설사업은 지난 3월 2차 예비사업자 선정결과가 나오기로 했지만 2019년이 다 가도록 아무런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한국은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사업 참여도 추진하고 있지만 사업권자인 일본 도시바가 2018년 11월 손을 떼기로 하면서 다시 수주전략을 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밖에 체코, 폴란드, 불가리아 등 동유럽이나 중앙아시아인 카자흐스탄에서도 원전사업 수주를 타진하고 있지만 아직 입찰이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원전 건설사업을 맡은 뒤로 아직까진 해외에서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력기술은 국내에서 2분기까지는 신고리 5·6호기 설계형상관리체계 구축 용역 등에서 원자력부문 매출이 발생했지만 3분기부터 매출 발생은 물론이고 새로운 원전 일감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 전환정책에 따라 신고리 5·6호기를 끝으로 새로운 원전을 건설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국내 일감은 사실상 끊긴 상태여서 한국전력기술은 해외 원전 설계 등 새로운 영업수익 기반을 찾는 일이 시급해 졌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8일 “한국전력기술은 운영관리 및 유지보수(O&M) 중심으로 소액·단기 수주를 통해 매출규모를 유지해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결국엔 대형사업을 수주하지 않으면 매출 축소, 고정비 부담 등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전력기술은 3분기 영업이익이 2018년 3분기보다 204.3% 줄어들어 적자 48억 원으로 돌아섰다.
이 사장은 2018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평가 때 기관장 경고를 받은 만큼 한국전력기술의 실적을 개선하고 중장기적 사업기반을 닦는 일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한국전력기술은 2018년 공공기관 평가 때 미흡(D) 등급을 받아 기관장인 이 사장에게도 기관장 경고조치가 이뤄졌다. 한전기술은 2017년에는 보통(C) 등급을 받았는데 2018년 한 단계 더 떨어진 평가를 받았다.
이 사장은 원전 수주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전력기술의 에너지신사업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3분기를 기준으로 에너지신사업은 전체 매출의 22.1% 정도인 1조8133억 원을 내고 있지만 원전 일감 축소에 따른 매출 감소를 상쇄하기에는 부족하다.
7월에는 해외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한국전력기술의 설계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직접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이사장, 허경구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사장과 협력업무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전력기술 관계자는 “7월 국제협력단,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등과 협력해 해외 신재생에너지 및 노후발전소 현대화 사업에 협력하기로 했다”며 “이번 업무협약은 해외 신재생에너지부문에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마련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2월 취임식에서 “에너지 전환정책 등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해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신사업의 기술 개발 투자와 사업화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