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파생결합펀드(DLF) 손실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기관장 제재를 피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임과 함께 우리은행장 겸직도 이어갈 수 있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13일 금융권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금감원은 파생결합펀드 손실을 놓고 우리은행에게 KEB하나은행보다 가벼운 제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관련 자료 삭제 등의 문제가 없었던 만큼 제재 결과에 이런 점이 일부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최근 두 은행의 현장 검사를 마쳤는데 은행장 조사방식에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현장 검사 막바지에 손 회장과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을 대상으로 질의응답을 진행했다”며 “손 회장의 질의응답이 통상적 방식인 서면으로 이뤄진 것과 달리 지 행장의 질의응답은 대면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손 회장이 통상적 수준의 조사를 받음에 따라 금융회사 임원자격의 결격 사유인 문책 경고 이상의 징계는 받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업계에서 늘고 있다.
손 회장은 그동안 파생결합상품 대규모 손실과 관련해 신속한 사과와 후속대책을 내놓았는데 이런 점이 일부나마 인정받았다는 말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의 금융회사 임원 제재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 경고, 직무 정지, 해임 권고 등으로 이뤄진다. 문책 경고는 3년, 직무 정지는 4년, 해임 권고는 5년 동안 금융회사 임원자격 결격사유가 된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장으로서 받을 수도 있는 기관장 제재만 피한다면 지주사 회장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올해 3분기 우리금융지주 순이익이 일회성 요인으로 다소 줄었지만 이를 제외하면 꾸준히 역대 규모의 순이익을 내온 데다 자산운용사와 부동산신탁사 인수로 지주사의 토대를 다져 존재감이 크기 때문이다.
손 회장의 우리금융지주 회장 임기는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고 우리은행장 임기는 내년 말로 만료된다.
지주사 회장 연임에 성공한다면 내년까지는 우리은행장 겸직을 이어갈 수 있는 셈이다.
다만 금감원의 제재 수준이 확정된 것은 아닌 만큼 손 회장의 지주사 회장 연임이나 은행장 겸직에 변수가 생길 가능성은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손 회장이 지주사 회장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결국 은행장에서 물러나지 않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금융회사 상품판매와 관련해 최고경영자인 은행장에게 책임을 물은 사례가 드물지만 손 회장이 지주사 회장 연임에 성공하면 책임감을 보이는 차원에서 은행장은 내려놓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파생결합상품 손실과 관련한 제재 결과를 내놓는 시기는 아무리 일러도 내년 1분기가 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제재 확정을 위해 금융위원회와도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하는 데다 법적 검토사항도 많아 짧은 기간에 결과를 내놓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의 파생결합펀드 관련 현장검사가 끝났지만 중간결과 발표는 없을 것”이라며 “제재는 금융위원회 등과 충분히 상의한 뒤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