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020년 5세대(5G) 이동통신용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카메라 개수를 더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을 고객사로 둔 LG이노텍은 2019년 아이폰 판매 호조에 힙입어 좋은 실적을 거뒀는데 2020년에도 실적 증가세를 이어갈 기회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13일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이 2020년에 5032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 영업이익 추정치보다 34.9% 늘어난 것이다.
이 연구원은 “2020년 북미 고객사가 3년 만에 수요 회복세를 달성할 것”이라며 “트리플카메라, 비행시간 거리측정(ToF) 등 고부가 제품 탑재가 확대돼 출하량 확대와 판매가격 상승의 수혜를 모두 누릴 것”이라고 내다 봤다.
LG이노텍은 3분기에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인 1865억 원을 거두는 등 2019년 사상 최대실적 가능성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2020년에는 2019년을 넘어서면서 또 한 번 최고 실적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진다.
이런 관측은 LG이노텍의 주요 고객인 애플이 카메라기능을 강화하고 있는 데서 기인한다. 애플이 2020년 하반기 출시할 아이폰12 시리즈에는 카메라 개수를 더 늘린 쿼드러플카메라를 적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는 애플에 카메라모듈을 납품하고 있는 LG이노텍의 실적 개선으로 곧바로 연결된다. LG이노텍은 2019년 트리플카메라를 처음 채택한 아이폰11 시리즈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실적이 좋아졌다.
미국 정보기술(IT)매체 폰아레나는 11일 아이폰12의 렌더링 이미지를 공개했는데 기존 트리플카메라에 더해 비행시간 거리측정 모듈이 추가된 쿼드러플카메라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했다.
비행시간 거리측정 모듈은 피사체에서 빛이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으로 거리를 계산하는 3D센서다. 일반카메라보다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 증강현실(AR) 등의 서비스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5G스마트폰에 이 새 모듈을 적용했는데 아직 5G제품을 내지 않은 애플은 아이폰에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 아이폰12가 5G용으로 출시되면서 비행시간 거리측정 모듈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폰아레나는 “애플은 그동안 증강현실에 많은 투자를 해왔고 애플글래스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며 “아이폰12에 비행시간 거리측정 카메라가 장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카메라모듈은 스마트폰의 핵심부품이다. 아이폰11프로맥스의 원가에서 트리플카메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15%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이폰11 판매 호조가 LG이노텍에 큰 폭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이유다.
아이폰12 시리즈에서 기존 카메라에 비행거리 측정시간 모듈까지 더해지면 카메라모듈 비중은 전작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행거리 측정시간 모듈을 탑재한 카메라모듈은 판매가격(ASP)이 50% 이상 높은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 애플 아이폰12 렌더링 이미지. <폰아레나> |
아이폰의 비행거리 측정시간 모듈 채택은 LG이노텍에게 2017년 가파른 실적 성장을 이끌었던 3D 센싱모듈 탑재와 같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7년 아이폰 출하량 증가율은 0.6% 그쳤으나 LG이노텍의 광학솔루션 매출은 64%, 영업이익은 114% 증가했다.
2016년 듀얼카메라가 첫 도입된 데에 이어 2017년 아이폰X에 전면 3D센싱 모듈이 탑재됐기 때문이다.
2019년 트리플카메라 첫 도입에 이어 2020년 비행거리 측정시간 모듈을 탑재하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2020년에는 2017년과 달리 신규 아이폰 시리즈 판매가 전작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LG이노텍의 실적에 더욱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CNBC 등 외신은 10월 말 애플이 신형 아이폰을 5G 이동통신용으로 출시하면서 8천만 대 이상의 공격적 생산 목표를 잡았다고 보도했다. 올해 아이폰 11시리즈 판매량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5G아이폰에 대기수요를 고려할 때 2020년형 모델의 출하량은 전작보다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민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5G 채용으로 아이폰 자체의 출하량까지 회복되면 양과 질이 동시에 개선돼 LG이노텍 실적이 더욱 강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