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굵직한 기업들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경영권 투자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경영권 인수로 매각차익을 얻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들고 리스크도 큰 만큼 비경영권 투자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올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10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CJCGV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앞두고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MBK파트너스-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최근 CJCGV가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법인을 묶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의 지분 25%를 매각하기 위한 본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거래는 상장 전 지분투자(per-IPO)로 매각가격은 약 3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본입찰에는 세계적 ‘투자 강자’로 꼽히는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인 콜버그크래스비스로버츠(KKR),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골드만삭스PIA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쟁쟁한 인수후보 사이에서 MBK파트너스가 승기를 잡으면서 MBK파트너스는 경영권 인수뿐 아니라 비경영권 투자에서도 글로벌 사모투자펀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MBK파트너스는 이번 투자에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SSF) 자금을 활용한다.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는 주로 기업회생, 파산, 경영권 승계 등의 문제가 발생해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 투자하겠다는 목적으로 조성됐다.
김 회장은 2017년 말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 조성을 마무리한 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비경영권 투자에 나서고 있다.
김 회장은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로 의료 빅데이터기업 링크닥을 비롯한 중국 기업 3곳 등에 3900억 원을 투자해 20%가량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인 BHC가 발행한 전환사채(CB) 등에 약 150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비경영권 투자로 투자범위를 넓히면서 경영권 인수로 안게 되는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을 인수한 뒤 기업가치를 올려 되팔아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을 인수하는 금액의 단위도 큰 만큼 떠안아야 할 리스크도 클 수밖에 없다.
반면 비경영권 투자는 경영권 인수와 비교해 투자금액이 적고 짧은 기간에 안정적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월 MBK파트너스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의 2018년 내부수익률(IRR)은 18%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경영권 인수에 활용되는 블라인드펀드 1~4호의 내부수익률이 7.5%, 26.5%, 22.6%, 20.4% 등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김 회장은 앞으로도 비경영권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MBK파트너스의 투자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조만간 자금이 대부분 소진된 것으로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를 추가로 조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