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9-11-05 15: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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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룩스가 면역항암제의 임상2상을 마친 뒤 바로 미국에서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통상적으로 임상3상은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투여되고 실패했을 때 타격도 크기 때문에 임상2상만으로 매출을 낼 수 있는 전략을 짠 것이다.
▲ 필룩스 로고.
5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필룩스의 면역항암제 ‘AD5-GUCY2C-PRADE’의 임상2상 신청 결과가 11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필룩스의 미국 자회사인 바이럴진은 10월14일 면역항암제의 임상2상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청했다.
필룩스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 관계자와 면역항암제의 임상1상 결과와 전반적 내용을 검토한 결과 임상2상 신청 진행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미국 식품의약국이 임상 신청을 검토하는 데 일반적으로 한 달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곧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면역항암제의 임상2상 신청 결과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필룩스 주가는 10월30일 6020원에서 11월5일 장중 1만100원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보였다.
필룩스의 면역항암제가 이처럼 주목받는 것은 차별화된 임상전략 덕분이다.
필룩스는 면역항암제의 임상2상을 마친 뒤 바로 미국 식품의약국에 희귀질환치료제(ODD) 신청을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의 희귀질환지료제 지정은 희귀난치성질환의 치료제 개발과 허가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허가 심사비용 면제, 시판허가 승인 뒤 7년 동안 마케팅 독점권, 임상2상을 마친 뒤 조건부 판매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조건부 판매제도를 활용하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임상3상을 진행하지 않고 바로 항암제를 판매할 수 있다.
최근 신라젠 등을 비롯해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임상3상에 실패하는 사례들이 나오면서 이와 같은 필룩스의 전략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 가운데 아직까지 자력으로 미국의 임상3상을 통과해 상용화까지 성공한 곳은 없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제약바이오주 투자자들은 올해 상반기 국내바이오기업들을 향한 불신과 실망감과 더불어 신약 개발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며 “대부분의 리스크가 노출된 현재 시점에서는 옥석 가리기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면역항암제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필룩스의 미국 자회사 바이럴진은 미국 식품의약국 임상승인자문위원장인 스캇 월드만 토마스제퍼슨 대학병원 교수가 세운 회사다.
스캇 월드만 박사는 세계 최초로 대장 내의 구아닐린호르몬수용체(GCC)라는 호르몬 유전자를 발견했고 이 유전자가 대장에서 전이되는 암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바이럴진이 현재 개발하고 있는 면역항암제는 구아닐린호르몬수용체의 특성과 감기바이러스인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사람에게 항암백신을 주입하면 면역세포가 온몸으로 퍼져 폐와 간 등에서 암 세포를 찾아내는 등 기존 면역항암제와 차별화된 기전을 지니고 있다.
바이럴진은 임상1상에서 췌장암, 식도암, 위암 등 3가지 다른 암에서 구아닐린호르몬수용체를 발견했다. 따라서 임상2상은 위암, 췌장암, 식도암,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2년에 걸쳐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의 임상2상 성공확률은 30.7%로 결코 임상3상보다 높지 않다. 임상3상 성공률은 58.1%다. 게다가 희귀질환지료제 지정에 실패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체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방식의 기존 면역항암제와 달리 필룩스의 면역항암제는 암 세포의 특정 분자를 찾아내 이를 파괴하는 방식이어서 효과가 더 크다”며 “다만 임상2상 결과가 나오려면 2022년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