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의 끝이 아니라 진행과정의 일부분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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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이 임시주주총회를 통과하며 한 고비를 넘자 향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 방향을 놓고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그룹이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해 지주부문을 설립한 뒤 통합 삼성물산과 합병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또 삼성SDI와 삼성전자 합병설, 계열분리설 등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일 “통합 삼성물산의 다음 수순은 삼성전자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지만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커 삼성전자 지분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향후 나타날 시나리오는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부문을 설립한 뒤 통합 삼성물산과 다시 합병안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재계 일각에서 제기된 삼성전자와 삼성SDS 합병설과 다른 방향이다.
이 연구원은 삼성SDS와 삼성전자가 합병할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전자 보유지분은 늘어날 수 있지만 그 수준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또 사업적으로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통합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주부문과 합치게 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보유지분이 97.5%에 이르게 돼 그룹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통합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주부문과 합쳐지면 삼성그룹 계열사 대부분의 회사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통합 삼성물산이 그룹의 지주회사로서 브랜드 로열티는 물론이고 배당수익 증가에 따른 최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은 시범경기 일단락에 불과하다”며 “본 게임의 시작은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30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연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가 주주 환원정책을 강화할 경우 삼성전자 인적분할이 가시화하는 신호가 될 것으로 이 연구원은 봤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은 주총에서 69.5%의 찬성률로 승인됐다.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작업의 최대고비를 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부회장은 두 회사 합병 결과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06%,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19.3%)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7.55%)을 손에 쥐게 됐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다지려면 재편작업이 이번 합병에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통합 삼성물산 지분율이 16.54%로 지배력에서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세에 맞서 워낙 힘겨운 싸움을 했던 탓에 삼성그룹이 당장은 재편작업에 숨을 고르고 주주반발 달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통합 삼성물산,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의 3대 축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당분간 실질적 지주사인 통합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그룹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합병안 통과 이후 삼성그룹 계열분리설도 재계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 3남매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계열분리를 하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