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오른쪽)이 1월18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은 댄 스케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것이다. |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미국에 올해 안으로 북한과 미국의 관계개선을 위한 새로운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 부위원장은 27일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낸 담화에서 “최근 미국은 우리의 인내심과 아량을 오판하면서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더욱 발광적으로 매달리고 있다”며 “미국이 대통령과 우리 국무위원장의 개인적 친분을 내세워 시간끌기를 해 올해 말을 무난하게 넘기려 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미국의 관계자들이 최근 북한을 향해 언급한 내용을 제시하며 미국이 북한에 적대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얼마 전 유엔총회 제74차회의 1위원회 회의에서 미국 대표는 우리의 자위적 국방력 강화조치를 걸고 들면서 조미대화에 눈을 감고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느니 북조선이 FFVD를 위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느니 하는 자극적 망발을 늘어놨다”며 “미국은 다른 나라에 유엔 제재결의 이행을 집요하게 강박하고 있으며 추종국가들을 내세워 유엔총회에서 반공화국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각방으로 책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적 친분 때문이라면서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미국의 이러한 적대행위들과 잘못된 관행들로 몇 번이나 탈선되고 뒤틀릴 뻔했던 조미관계가 그나마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형성된 친분관계 덕분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미 수뇌들 사이 친분관계는 결코 민심을 외면할 수 없으며 조미관계 악화를 방지하거나 보상하기 위한 담보가 아니다”라며 “미국은 우리가 신뢰구축을 위해 취한 중대조치들을 저들의 외교적 성과물로 포장해 선전하고 있지만 조미관계에서는 그 어떤 실제적 진전이 이룩된 것이 없어 지금 당장이라도 불과 불이 오갈 수 있는 교전관계가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담화내용은 김정은 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열린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밝힌 태도와 맥락이 같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시 시정연설에서 미국에 연말까지 시한을 주겠다며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나오지 않으면 북한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날 담화로 김 부위원장이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점도 의미가 있다.
김 부위원장은 싱가포르, 하노이 등에서 열린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의 협상 과정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노동당 부위원장으로서 통일전선부장 등도 겸직했으나 하노이회담 결렬이후 통일전선부장직이 장금철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위원에게 넘어가는 등 숙청설이 나오기도 했다.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는 북한이 미국이나 남한 같은 미수교 국가와 관계개선에 활용해온 북한 노동당의 통일전선부 산하 조직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