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계류 중이던 금융정보 활용규제 완화와 인터넷전문은행 출자규제 완화 법안의 통과가 모두 무산되면서 이번 국회에서 입법될 가능성이 낮아졌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핀테크 혁신금융서비스 출시 확대와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주요 과제로 앞세웠는데 추진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4일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고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과 신용정보법 개정안 등 그동안 발의된 일부 안건을 통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금융업계에서 법안 통과를 촉구하던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익명의 개인정보를 상업적 통계 분석과 연구, 공익적 목적으로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던 데이터 기반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해당 법안의 통과가 필수로 꼽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취임할 때부터 빅데이터를 디지털금융시대 핵심 자원으로 강조하며 신용정보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금융혁신 가속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발의된 뒤 1년 가까이 미뤄지던 법안 통과가 다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은 위원장이 데이터 기반 금융서비스 활성화를 추진하기 쉽지 않게 됐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회사 고객은 여러 금융회사에 있는 개인정보를 모아서 관리할 수 있고 더 정확한 자산관리와 신용관리 서비스도 받을 수 있게 된다.
금융회사는 은행과 보험사, 카드사, 증권사 등 모든 금융업체가 보유한 사용자 정보가 모인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도움을 받고 맞춤형 컨설팅 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자체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어려웠던 핀테크 신생기업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금융서비스를 더 활발하게 출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됐다.
정무위원회에서 이번에도 법안 통과가 무산된 만큼 이번 국회에서는 다시 논의가 이뤄질 시간이 부족해 법안이 폐기되고 다음 국회에서 다시 법안을 발의해 심사를 거쳐야 할 수도 있다.
금융위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목표도 달성을 낙관하기 어렵게 됐다.
은 위원장은 내년 3월까지 50여 건의 새 혁신금융서비스를 규제완화 대상으로 지정하고 육성해 핀테크산업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지금까지 지정된 혁신금융서비스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부동산 시세를 산정하거나 신용평가를 제공하는 서비스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활용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가 좁아 한계가 있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용정보법 개정 여부와 시기가 불확실해 금융회사가 새 서비스 기획과 투자유치를 추진하기 어려웠고 기존 데이터 기반 사업을 확장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정무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이런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부터 신용정보법 도입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데이터 표준화 작업을 시작했고 개인정보 보안성을 확보하는 인프라 구축 등 준비작업도 진행했다.
은 위원장이 취임사에서 혁신금융서비스 확대를 중점 추진과제로 제시하고 신용정보법 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하면서 데이터 기반 금융서비스 발전 노력은 더욱 힘을 받았다.
은 위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정무위 의원들에게 신용정보법 개정안 통과에 힘써달라는 요청하기도 했다.
23일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 신용정보협회 등 8개 금융기관도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통과해 금융회사의 투자와 채용 활성화에 기여해달라는 공동성명을 냈다.
이런 노력에도 법안 통과가 무산돼 혁신금융서비스 활성화 계획이 추진동력을 잃게 된 만큼 은 위원장은 금융위가 추진해나갈 다른 목표를 제시하는 등 대안을 찾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은 위원장이 추진하던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 계획도 이번에 특례법 통과가 무산되며 추진하기 어려워졌다.
케이뱅크 대주주인 KT는 현재 공정거래법상 케이뱅크 지분율을 10% 이상으로 늘릴 수 없었는데 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출자를 확대하고 더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신용정보법 개정안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다음 회의에서 다시 논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개인정보 활용과 KT의 인터넷전문은행 출자 확대를 놓고 시민단체 반발도 커지고 있는 만큼 상황이 반전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