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타결은 국내 정유회사에게 악재로 여겨졌다. 이란이 원유수출량을 늘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정유사들이 재고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란 핵협상 타결이 국내 정유사들에게 실보다 득이 더 많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유사들이 더 싸게 원유를 도입해 정제마진을 높힐 수 있다는 것이다.
◆ 국내 정유사, 이란 핵협상 타결로 이득 가능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원은 15일 “이란 핵협상 타결로 정유회사들은 실보다 득이 더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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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
이란이 원유공급을 늘리면 사우디가 국제유가보다 더 싸게 원유를 팔 것이고 정유사들은 이란이 싸게 공급하는 원유를 도입할 수도 있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폭락으로만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란 핵협상 타결 소식은 정유화학업계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란은 세계 원유매장량의 9.3%를 차지해 베네수엘라, 사우디, 캐나다에 이은 세계 4위의 산유국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이전부터 이란산 원유를 수입해 왔으나 이란에 대한 경제제제 조치가 실시되자 수입량을 크게 줄였다.
국내 정유사들은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다시 늘려 원유공급 다각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이날 전날보다 2천 원(1.87%) 오른 10만9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에쓰오일의 주가도 전날보다 1600원(2.57%) 상승한 6만3800원에 장을 마쳤다.
◆ 국제유가 소폭 상승, 정유사들 한숨 돌려
이란 핵협상 타결은 그동안 국내정유사들이 악재로 받아들였던 일이다. 이란 핵협상이 타결되면 이란이 원유공급을 늘리고 국제유가가 급락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 정유회사들은 재고손실을 입어 큰 손해를 입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유가급락으로 지난해 4분기 7천억 원, 올해 1분기 3천억 원의 재고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이란핵협상 타결 뒤 소폭의 오름세를 보이면서 국내 정유사들은 일단 한숨을 돌리고 있다.
1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0.84달러(1.6%) 상승한 53.04달러에 마감했다. 북해산 브랜트유 가격 역시 배럴당 0.55달러 오른 58.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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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CEO. |
최근 일주일 동안의 유가동향을 살펴봐도 국제유가는 소폭의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7일 기준으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가격은 52.33달러, 북해산 브렌트유는 56.85달러였다. 두바이유 가격도 같은 기간 55.16달러에서 56.25달러로 소폭 상승했다.
국제유가 상승의 이유로 크게 세 가지로 꼽힌다.
우선 현재 국제유가에 이란핵협상 타결로 원유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치가 이미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란 핵협상은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지난 4월 기본적인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그동안 유가에 충분히 반영이 됐다는 것이다.
미국 원유재고가 줄어들고 있다는 전망도 유가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원유재고는 전주보다 120만 배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이 원유공급에 나서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이란은 국제금융시스템 접근이 제한돼 있어 이를 풀어야 원유수출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이란 핵협상 합의안이 미국 의회의 승인도 받는데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국제유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휘발유 가격정보 조사업체인 컨슈머 리서치는 “이란이 원유공급을 늘리면 휘발유 값은 계속 떨어져 내년 초 28%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