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를 앞두고 삼성그룹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막판까지 표 모으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 등은 합병성사에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읍소작전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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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신 삼성물산 사장. |
엘리엇매니지먼트도 합병의 불공정성을 강조하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김신 사장은 15일 열린 삼성 수요사장단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우리가 이길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김 사장은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과 관련해 “좋은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합병무산 가능성을 놓고도 “플랜B는 없다”고 거듭 배수의 진을 쳤다.
김 사장은 “광고를 낸 뒤 많은 주주들이 전화해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한표한표가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13일과 14일 일간지와 방송광고 등으로 대규모 홍보전을 펼쳤다. 김 사장은 이런 광고가 개인투자자들에게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 사장은 “주총 참석률이 높을 것으로 본다”며 “80%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물산은 17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 11.21% 등을 포함해 우호지분을 45% 가량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주총참석률이 80%일 경우 출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인 53.3%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국민연금과 국내 기관이 모두 찬성표를 던진다고 해도 6% 이상의 찬성표를 더 끌어 모아야 한다.
삼성그룹이 최근 막대한 돈을 퍼부으며 광고까지 내고 소액주주의 집까지 찾아다니며 읍소작전을 펼치는 것도 소액주주의 한 표가 아쉽기 때문이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도 이날 “광고 첫날 2천여 주주들이 전화를 주셨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윤 사장은 합병 시너지를 거듭 강조하며 투기자본이 한국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많은 소액주주들이 장기적 차원에서 무엇이 투자와 한국경제 발전, 자본시장 흐름에 도움이 될지 좋은 결정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소액주주들의 의사결정이 중요한 시기"라며 "첫 번째 게임에서 큰 차이로 이겨야 유리한 고지에 서서 앞으로 이어갈 수 있다"며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요청했다.
김봉영 제일모직 건설·리조트 부문 사장은 “열심히 하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느냐”면서 “국민연금에 이어 다른 주주들도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들은 이날 회의에서 허영만 화백을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임시주총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한 자리에 모인 만큼 긴장감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 와병 이래 큰 후폭풍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체제로 가는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경영권이나 지배구조와 관련한 미래계획을 짜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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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 카페. |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 역시 큰 타격을 입게 되고 삼성그룹 수뇌부도 책임론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삼성그룹 사장단은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자신있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번 사안은 끝까지 가보지 않고는 예단할 수 없는 초박빙의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엘리엇매니지먼트도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15일 보도자료를 내 “개인주주, 기관투자자, 국민연금 가입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지금 바로 행동을 취해달라”며 “여러분이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호소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난 5년 동안 삼성물산 주식의 순자산가치에 평균 할인율을 적용하면 주당 7만2500원인데 이는 14일 삼성물산 종가인 6만6700원보다 9% 높다는 점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합병을 반대하는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모임도 14일 두 회사의 합병에 찬성한다는 방침을 정한 국민연금을 비난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 카페에 현재 약 4천 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 카페 운영자는 "합병에 찬성하면 '애국'이고 반대하면 '매국'이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운영자는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경영권 침해 움직임을 보일 경우 이에 동조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나타냈다.
소액주주 연대모임 등은 카페를 통해 임시주총 참석을 독려하고 위임방법 등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안내하는 등 막판까지 힘을 모으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