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시장의 심리와 싸워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해 적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은 김 장관으로 그나마 무기를 쥐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22일 국무회의를 통해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 아파트로 확대 적용하는 내용이 담긴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주택법 시행령은 10월 중으로 공포돼 즉시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된 주택법 시행령이 발효되면 김 장관은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을 선정할 수 있게 된다.
김 장관으로서는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정책의 실행을 눈앞에 둔 상황인 셈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르면 11월 초부터 민간택지 가운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될 지역이 선정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김 장관이 실제로 분양가 상한제를 꺼내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이라 부동산 과세 강화나 임대주택 등록의무화 등 분양가 상한제보다 강도 높은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 분양가 상한제가 현재로선 부동산 시세 안정의 최후 정책수단인 셈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김 장관은 부동산 시세가 오를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심리에 포위돼 있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적 여건이 악화되면서 정부가 내수경기 활성화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은 부동산 시세와 관련된 기대심리를 높이고 있다. 경기 활성화와 부동산 가격 안정은 정책 방향에서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이례적으로 경제장관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민간활력을 높이는 데 건설투자의 역할도 크다”며 건설경기 활성화 방침을 밝혀 김 장관이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기가 더 어려워 졌다는 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건설경기 활성화의 구체적 내용과 관련해 “서민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주택공급을 최대한 앞당기고 교통난 해소를 위한 광역교통망을 조기 착공하는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건설경기 활성화 방침은 김 장관의 분양가상한제와 정책 방향에서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라 볼 수 없으나 정부의 개발사업이 부동산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
김 장관은 시세가 과열되는 지역에 분양가 상한제를 '핀셋규제' 방식으로 세밀하게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전체 부동산 경기를 억누르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부분에 적절한 규제를 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역대 최저수준의 저금리도 부동산 기대심리를 자극해 김 장관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일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한국은행은 1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인 1.25%로 인하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금리 인하의 취지지만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유동자금이 제조업이 아닌 부동산으로 몰릴 우려가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7월18일 기준금리를 1.50%로 인하한 뒤 부동산 거래가 늘기도 했다. 부동산전문 조사회사인 리얼투데이가 한국감정원의 부동산 거래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7~8월 부동산 거래량은 33만5957건으로 5~6월보다 19.82% 증가했다.
김 장관도 저금리라는 부동산 가격 상승요인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이규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2(통화량 지표) 규모가 2017년 금리 인상으로 주춤했다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유동성 장세에서 아파트 가격 하락이 가능한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유동성을 (부동산 이외 분야) 투자로 유인하는 정책의 병행이 정부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