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우리금융지주의 내부등급법 승인을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은행에 이어 우리금융지주도 내부등급법 변경 승인을 받는다면 우리금융지주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큰 폭으로 올라 손 회장의 금융회사 인수합병 전략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우리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 산출 방식을 표준등급법에서 내부등급법으로 바꾸는 것을 승인했다.
우리은행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전인 지난해까지 사용했던 내부등급법 모형을 지주사 체제에 맞게끔 변경해 이번 승인을 얻었다.
내부등급법은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추정한 리스크 측정요소를 활용해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우리은행이나 우리금융지주처럼 우량한 회사라면 금융회사 전체 평균을 활용해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는 표준등급법보다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는 것이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진다.
우리금융지주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은행의 내부등급법 승인은 우리금융지주의 내부등급법 승인을 위한 '9부 능선'으로 여겨진다.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 등 내부등급법을 아직 적용하지 않은 계열사들은 우리은행보다 규모가 훨씬 작기 때문에 이들을 모두 합쳐 우리금융지주의 내부등급법 모형을 만드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의 내부등급법 적용이 확정되면 대형 금융회사 인수합병에 적극적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손 회장이 올해 초 우리금융지주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표준등급법이 적용된 자기자본비율을 감안해 규모가 작은 금융회사부터 인수합병을 추진한다”고 말할 만큼 내부등급법 적용은 우리금융지주의 대형 금융회사 인수합병을 위한 필수요건으로 꼽혀왔다.
우리금융지주는 내년부터 적용되는 시스템적 중요은행(D-SIB) 감독기준인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11.5%를 맞추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등 1조7천억 원에 이르는 자본확충을 하고도 대형 금융회사 인수합병에 나서지 않고 있다.
상반기 말 기준으로 우리금융지주의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1.08%로 다른 금융지주회사들보다 3~4%포인트가량 낮았다.
다른 금융지주회사들이 내부등급법을 적용한 반면 우리금융지주는 지주사 출범 첫해인 올해 표준등급법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출범 뒤 표준등급법을 적용한 1분기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1.06%로 나타나 우리은행 시절인 지난해 4분기 15.65%보다 4.59%포인트 하락했다.
1분기보다 늘어난 계열사들로 하락폭을 다 메우지 못하더라도 우리금융지주의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내부등급법 적용으로 14% 수준은 보일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우리금융지주는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만 맞출 수 있으면 금융지주 회사 가운데 인수합병을 할 수 있는 자금이 가장 큰 것으로 파악된다.
유진투자증권이 내놓은 ‘4대 금융지주사 인수합병(M&A) 전략 분석’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말 기준으로 4조2590억 원을 출자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은행 등 국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 등을 모두 편입한 내부등급법 모형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금융지주의 정확한 내부등급법 적용시기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