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의 발목을 무려 5년 잡아 온 쉰들러홀딩AG(쉰들러)와 결별할 수 있을까?
14일 업계에 따르면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매각하고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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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쉰들러가 그동안 여러 차례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에 불참하면서 지분율이 크게 낮아진 데다 올해 들어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도 꾸준히 오르면서 차익실현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쉰들러는 최근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에 불참한 뒤 신주인수권표시증권 86만 주도 전부 팔았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쉰들러의 지분율이 현재의 21.5%에서 17.1%까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쉰들러는 2013년 말까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35% 이상을 보유하며 현정은 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추진하려던 신사업이 쉰들러의 반대로 무산된 적도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3년과 2014년 포장공사업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려고 정관변경을 추진했지만 쉰들러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쉰들러는 지난 5년 동안 진행된 4번의 유상증자에 모두 불참하면서 지분율이 서서히 낮아졌다.
쉰들러는 현대그룹이 현 회장의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현대엘리베이터를 동원해 현대상선 등의 계열사를 부당지원하고 있다며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반면 현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은 꾸준히 증가했다. 현 회장은 2014년 10월 현대엘리베이터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번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현 회장을 비롯해 특수관계자 지분율은 기존 31.2%에서 27.8%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우리사주조합(7.2%) 등 우호지분을 포함할 경우 훨씬 높아진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실적도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현 회장의 영향력도 매우 커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매출과 영업이익, 최고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을 크게 늘렸다. 현대엘리베이터가 2분기에 깜짝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매각하고 차익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쉰들러로서 지분율이 낮아지면서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도 줄어든 데다 승강기부문의 시너지도 없이 단순투자자 역할만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쉰들러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세계 2위의 엘리베이터 제조회사다. 쉰들러는 애초 현대엘리베이터의 승강기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매입했다.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는 승강기사업부를 매각할 의사가 전혀 없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를 인수하려다 실패한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보유지분을 매입해 2006년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가 됐다.
현 회장과 쉰들러는 한때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다. 현 회장은 2007년 5월 딸과 함께 스위스를 방문해 알프레드 쉰들러 회장을 직접 만났고, 그해 10월 알프레드 회장을 초청해 금강산을 관광하기도 했다.
양측은 그러나 현대엘리베이터의 승강기사업부를 두고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쉰들러는 우호적 인수합병을 통해 승강기사업부를 인수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는 2010년 5월 승강기사업부를 매각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