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시장은 최근 부산월드엑스포 등 대규모 사업을 바탕으로 원도심 개발 비전을 수립한 만큼 55보급창 반환의 명분을 마련했다고 본다.
21일 부산시청에 따르면 오 시장은 11월 국무회의에서 미군 55보급창 반환방안을 보고한 뒤 국방부와 본격적으로 협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국방부와 협의가 이른 시일 안에 이뤄진다면 55보급창 부지를 2030부산월드엑스포 개최 부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55보급창은 일제강점기 부산 동구 범일동 일대에 조성된 군시설을 말한다. 국방부가 부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면적은 22만㎡에 이른다. 현재 주한미군이 70여 년째 부지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부산에서는 55보급창 부지를 반환해 시민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왔다. 하지만 2016년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가 부지 반환 가능성을 내비친 뒤에는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이후 오 시장이 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추진하면서 55보급창 부지 반환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오 시장은 부산시에서 추진하는 원도심 개발사업이 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기폭제로 삼아 진행되고 있어 55보급창 부지 반환에 설득력을 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2030부산월드엑스포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한편 쇠퇴한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이라며 “부산월드엑스포 유치 및 원도심 개발과 연계해 55보급창 반환을 추진하면 명분을 세울 수 있다”고 바라봤다.
지역사회에서도 55보급창 부지 반환을 촉구하며 오 시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부산 시민단체 ‘미군55보급창반환범시민운동본부’가 6월 부산시민 7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4%가 55보급창 부지 반환에 찬성했다. 시민들은 55보급창 부지를 공원, 산업단지, 주택단지 등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5월14일 부산월드엑스포 유치가 국가사업으로 확정된 점도 55보급창 부지 반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가 엑스포 유치 및 추진을 국가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부산월드엑스포 부지를 마련하는 방안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55보급창 이전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에서 55보급창 부지 반환에 소극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55보급창 이전비용은 몇조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오 시장은 55보급창 부지 반환을 성사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부지 반환과 상관없이 부산월드엑스포를 유치할 수 있도록 땅을 확보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55보급창이 반환될 수 있도록 힘쓰겠지만 만약 이른 시일안으로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부산 북항 일대에 있는 여유 부지 300만㎡를 통해 충분히 부산월드엑스포를 유치할 수 있다”며 “향후 정부 부처와 연구용역 등을 통해 시간을 두고 부지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15일 ‘혁신을 통한 원도심 대개조 비전’을 발표했다.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북항 재개발, 경부선 철도 지하화 등 대규모 사업에 발맞춰 부산 원도심을 재개발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2030년까지 3조3천억 원을 투입해 부산 중구·서구·동구·영도구·부산진구·남구 등 원도심 지역에서 도시재생사업 및 교통체계 개선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55보급창 부지도 부산월드엑스포 기념공원 용도로 사업계획에 포함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